95. 왜 인간은 인간에게 적대적 일까!

세상의 주인 되기

by Jay Kang

유럽에서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몰상식한 사람들을 마주할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외국인, 그중에서도 아시안에 대해 좋든 싫든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좋은 반응을 받으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지만, 나쁜 대우를 받는 날은 하루 종일 그 기억이 머릿속을 맴돈다.


어느 날은 나폴리 시내에서 기차로 30분쯤 걸리는 ‘카세르타’라는 곳에 있는 큰 궁전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기차역에서 내리면 바로 궁전이 보일 정도로 위치도 좋고, 이동도 편리했다. 전날 포지타노를 다녀오느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탓인지 이날은 호텔을 10시쯤 느긋하게 나와서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고 11시 기차를 탔다. 도착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었다.


카세르타 궁전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정원과 연못까지 둘러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걸 미리 알았기에, 궁전 입구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오른편 시가지로 방향을 틀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유럽은 아침 11시가 넘어도 문을 열지 않은 레스토랑이 많아, 미리 찾아둔 식당이 문을 닫아 몇 번이나 헛걸음을 해야 했다. 결국 눈에 띄는 레스토랑을 발견했는데, 궁전 동쪽 입구 바로 앞에 있는 분홍색 외관의 가게였다. 외관도 깔끔했고 내부도 조용해서 좋았다. 아직 점심시간 전이라 그런지 손님은 없었다.


가게에 들어서니 20대로 보이는 청년과 중년의 직원 둘이 있었다. 청년은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인사 없이 무표정했고, 우리가 두 명이라고 하자 입구 좌측의 자리를 안내했는데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시안이라서일까, 손님인데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걸까 싶었지만, 굳이 남의 얼굴까지 간섭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넘겼다.


QR 코드로 메뉴를 확인하라고 했지만, 앱을 설치하고 파일을 여는 과정이 번거로워 조금 헤맸다. 음식 이름은 알 수 없고 재료만 나와 있어 고르기가 어려웠다. 도움을 요청하니 청년이 파일을 직접 열어주었고, “Thank you”라고 인사하며 파스타와 스테이크, 모차렐라와 토마토 요리를 하나 추가해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손님 두 명이 들어왔고, 방금 우리를 맞이했던 청년은 그들에게는 밝은 얼굴로 먼저 “Ciao”라고 인사하며 반갑게 응대했다. 바로 옆자리로 안내하는 모습을 보며 '같은 손님인데 왜 저렇게 차별을 하나' 싶었지만, 굳이 그 이유를 따져봐야 답이 없을 것 같아 넘기기로 했다.


유럽 생활 경험상 추가 주문이나 요청이 있을 때는 직원에게 눈빛을 보내는 식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음료를 주문하려고 몇 번이나 직원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나를 외면했고, 근처에 있던 나이 든 직원도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모른 척했다. 결국 청년이 옆자리 손님의 주문을 받을 때 간신히 음료를 추가할 수 있었다.


곧 음식이 나왔고, 테이블이 작아 보조 테이블도 함께 제공되었다. 파스타는 짜지 않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약간 매운맛이 나서 정말 맛있었고, 스테이크도 적절하게 구워져 고기 질감이 아주 좋았다. 모차렐라와 토마토 요리도 치즈의 쫄깃함이 토마토와 잘 어우러져 맛도 좋고 플레이팅도 예뻤다. 음식만큼은 정말 흠잡을 데가 없어 5성 리뷰에 100점을 주고 싶을 정도였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요청하니 그제야 나이 든 직원이 와서 식사 어땠냐고 물었다. “정말 좋았어요. 음식에 아주 만족했어요.”라고 말하며 식당을 나왔다.


카세르타 궁전은 바로크 양식의 5층 건물로 1,200개의 방과 24개의 궁정, 1,800개의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원 면적은 무려 18,500평에 달했고, 예전에 방문했던 오스트리아 쉔브룬 궁전과 비교해도 규모 면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안내판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궁전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설명이 있었다. 정원과 분수가 길게 이어져 있어 차를 타고 둘러보아야 할 정도로 거대했다. 그렇게 3~4시간 정도 관람을 마친 후, 다시 나폴리의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폴리는 로마나 피렌체에 비해 도시 정비가 부족했고, 거리에는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예약한 숙소 근처는 치안이 썩 좋지 않아 보였고, 아프리카계 이민자나 이슬람계, 한눈에 봐도 조금은 불량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 조금 불안했다. 딸이 납작 복숭아를 먹고 싶다고 해서 숙소로 가는 길에 코나드 마트에 들렀다.


과일 코너에서 복숭아 몇 개를 고른 후 무게를 재고 가격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직원이 없어 일단 다른 간식을 고른 후 다시 왔다. 그때 2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직원이 있어 물어봤더니, 성의 없이 빠른 말투로 대답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냥 안 살까' 하던 찰나, 유럽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와서 같은 질문을 하자, 그는 직접 저울에 올려 가격표를 뽑아주는 게 아닌가?


나는 바로 옆에 있었는데도 말이다. 딸도 “왜 이렇게 차별이 심하지?”라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서 눈치껏 따라 해 과일을 재고 가격표를 붙여 계산대로 갔다. 계산대는 두 곳이었고, 아까 그 남직원이 있는 줄은 피하고 싶었지만 다른 계산대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그에게 계산을 맡겼다.


카드로 계산을 한 뒤 영수증을 요청하니, 앞사람 영수증 세 장이 붙여진 채로 덜컥 내게 같이 주었다. 원래는 영수증을 받을 생각이 없었지만, 혹시나 불친절한 남직원이 계산을 잘못했을까 봐 확인했는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명백한 차별을 경험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상한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영수증 세 장을 그대로 계산대에 던져두고 나왔다.

20240824_144741.jpg 광활한 나폴리 카세르타 궁전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말처럼, 불쾌한 행동에는 예의를 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굳이 "내가 불쾌했다"라고 말하면 괜한 싸움이 될 수도 있으니, 말 대신 행동으로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최소한의 표현이라 여겼다. 어차피 그 영수증은 그 남직원이 치워야겠지. 그 과정을 통해 그는 인종차별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불쾌한 감정을 안겨주는지를 느꼈으면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조용히 숙소로 돌아왔다.


"왜 인간은 서로에게 적대적으로 행동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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