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위를 걷는자 결정위의 연주가

by 머리카락속의 바람

이 글은 앞선 에세이 "우리는 시간을 발산하며 산다"에서 제시한 생각, 즉 시간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존재함으로써 생겨나는 파동이라는 관점을 바탕으로, 여기에 '결정론'이라는 개념을 더해 새롭게 풀어본 것이다. 쉽게 말하면, 시간은 우리가 살아가며 울리는 진동이고, 이 진동은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정해진 틀 위에서 퍼져나간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시간의 리듬'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 리듬은 우리의 유전자, 환경, 기질, 성격 같은 것들에 의해 일정 부분 정해져 있다. 마치 악보에 적힌 기본 멜로디처럼 말이다. 이게 바로 '결정'이다. 우리가 완전히 자유롭게 아무 음악이나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곡의 구조 안에서만 연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이 모두 정해졌다는 건 아니다. 같은 악보라도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분위기와 감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빠르게, 어떤 사람은 느리게, 또 어떤 사람은 중간에 리듬을 바꾸기도 한다. 시간의 리듬은 기본적으로 주어졌지만, 그걸 어떻게 울리느냐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이게 바로 '진동'이자, 동시에 '자유'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요소가 있다. 우리는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타인과 관계를 맺고,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고,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시간 리듬에 변화를 준다. 누군가와 만나면 그 사람의 리듬과 나의 리듬이 서로 간섭하고, 섞이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간섭'이다.


이 개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시간 위상 간섭 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1. 기본 구조 (결정): 우리는 모두 정해진 시간의 틀을 가지고 태어난다. 마치 악보가 존재하는 것처럼.



2. 발산 (진동): 그 틀 위에서 우리는 각자의 리듬으로 살아간다. 생각하고, 행동하고, 사랑하고, 선택하면서.



3. 간섭 (변화): 우리의 삶은 외부와 부딪히며 끊임없이 흔들린다. 다른 사람, 사건, 환경이 우리의 리듬을 바꾼다.



4. 결과 (현실화): 그렇게 간섭되고 조율된 리듬의 한 단면, 그것이 우리가 '지금'이라 부르는 순간이다.




이 모델은 앞선 자리올림 피라미드 이야기와도 닿아 있다. 자리올림이 갑자기 복잡해지는 지점은 단순한 계산상의 혼란이 아니라, 시간의 구조가 외부 영향과 간섭을 겪으며 순간적으로 붕괴되는 현상처럼 볼 수 있다. 마치 여러 음이 한꺼번에 얽혀들면서 음악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과 같다.


결국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시간은 바깥에서 우리를 지배하는 흐름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삶을 통해 울려 퍼뜨리는 진동이며, 그 진동은 정해진 구조와 자유로운 해석이 만나 만들어지는 리듬이다. 우리는 시간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존재다.




시간의 울림


어디인지모를 곳

아주 오래전부터

진동 하나가 시작되었다.


그건 이름도, 모양도 없이

공기처럼 퍼졌고

누군가는 그걸 ‘나’라 불렀다.


어떤 진동은 고요히,

어떤 진동은 서로 부딪혀

시간이라는 꿈을 만들어냈다.


지금, 이 순간은

그 파동이 한 점에 수렴하는

잠깐의 울림.


우리는

그 울림 속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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