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순간들 4편

파도 앞의 목소리

by 머리카락속의 바람

그날,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가 정말 ‘내 목소리’라고 느꼈다.


2011년 3월 11일, 금요일.


도호쿠 지방 태평양 연안에 붙어 있는 작은 도시. 미야기현내의 미나미산리쿠초

시청 3층 방송실에서 사토 미나미는 점심시간 안내 멘트를 막 끝낸 참이었다.


“오늘 급식에는 알레르기 유발 식재료로 달걀과 우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 학생은 각별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전에는 대체로 비슷한 말만 반복했다.

급식, 도로 공사, 분리수거 일정,주말 탁구 대회, 노인회 모임.


도시의 하루가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갔다.

언젠가 누군가가 말했다.


“미나미 씨 목소리 들으면,아, 오늘도 평범하게 시작하는구나 싶어요.”

그 말이 조금은 쑥스러웠고,조금은 좋았다.

자신이 하는 일의 무게를 그렇게라도 느끼고 싶었다.


며칠 전부터, 사무실에서는 자주 이런 말이 오갔다.


“요즘 지진 많지 않아?”

“또 밤에 흔들리더라니까.”

3월 9일, 점심 무렵에도 잠깐 크게 흔들린 적이 있었다.

그날은 모두가 잠깐 떠들다가 곧 언제나처럼 일을 이어갔다.


‘또 한 번 그런 정도겠지.’

오후 2시 40분, 처음 책상이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미나미도 그렇게 생각했다.

책상 위 머그잔에는 커피가 반쯤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책상이 살짝 떠는가 싶더니, 곧바로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진이다!”

옆 방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형광등이 삐걱이며 흔들렸다.

서랍이 저절로 열려서 안에 있던 서류들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미나미는 반사적으로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다.

비품 목록, 재난 매뉴얼, 마이크.

머릿속에서 모조리 흩어졌다.

귀에는 자신의 심장 소리만 가득했다.

진동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어딘가로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몇십 초가 흐른 끝에야 흔들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괜찮아요?”

문틈 사이로 동료 타나카가 고개를 내밀었다.


“네… 아마도요.”

미나미는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책상 위 가족사진 액자가 엎어져 있었다.

시골집 앞에서 웃고 있는 부모님과 그 옆의 어린 자신.

그녀는 액자를 다시 세웠다가, 곧바로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상 방송 패널 위에는 붉은 경고등이 켜져 있었다.


긴급지진속보가 울리고, 곧이어 쓰나미 경보가 내려왔다.

바다 쪽에서 퍽, 하고 무엇인가 내려앉는 듯한 묵직한 느낌이 전해졌다.

실제로 들리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냥 그런 상상이 들 만큼 기묘한 정적이었다.

관제실에서 뛰어온 계장이 말했다.


“쓰나미 경보 발령됐어. 방송실, 즉시 안내 넣어!”

“예상 높이는요?”

“처음 경보에는 3미터. 하지만 이 규모면… 곧 상향될 거야.”

그의 말은 끝까지 힘 있게 이어지지 못했다.

미나미는 헤드셋을 쓰고 마이크 앞에 앉았다.


손가락 끝이 조금 떨렸다.

그녀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읽어온 재난 안내 문장을 떠올렸다.

‘해안·하천 부근 주민께서는 신속히 고지대로…’

입이 기억하는 문장이었다.

그냥 입만 열면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단어 하나하나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정말 이 멘트를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 생각이 가슴 한쪽을 눌렀다.



“지금 강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입을 떼는 순간, 자신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게 들렸다.

마이크 위 빨간 표시등이 조용히 켜졌다.


“바닷가와 하천 부근에 계신 분들께서는 즉시 높은 곳으로 대피해 주십시오.

차량으로 이동하실 경우 도로 정체로 위험할 수 있으니, 가능한 한 도보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침에 있는 문장을 그대로 읽었다.


내용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안내였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 문장이 누군가의 생과 사를 가르는 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방송을 멈추고 유리창 밖을 내다보니 멀리 바다가 보였다.

언뜻 보기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바다였다.

맑은 하늘.

약간 흐린 수평선.

눈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첫 방송이 끝난 뒤 잠시도 지나지 않아 관제실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예상 높이 상향. 10미터 이상 가능성. 반복 방송해 주세요.

표현은… 더 강하게 해도 좋습니다.”


평소라면

‘지나치게 겁을 주지 말 것.’

그게 기본 원칙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누구도 말을 눌러 잡으려 하지 않았다.


“…표현은 더 강하게 해도 좋습니다.”

그 한 문장이 미나미의 귀에 오래 남았다.

그녀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또렷한 목소리였다.

“매우 큰 쓰나미가 접근 중입니다.

바닷가와 하천 부근, 해안 평지에 계신 모든 분들은 즉시, 망설이지 말고

가능한 한 가장 높은 곳으로 대피해 주십시오.”


‘즉시.’

‘망설이지 말고.’

두 단어는 매뉴얼에 적혀 있지 않았다.

미나미가 처음으로 스스로 골라 넣은 단어들이었다.



그 뒤로 방송은 계속 반복되었다.

중간중간 전화벨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 집이 2층인데, 괜찮을까요?”

“병원에 누워 계신 아버지는 어떻게 해야 하죠?”

“차가 막혀서, 도저히 나갈 수가 없어요.”


전화는 방송실로도, 시청 다른 부서로도 동시에 쏟아져 들어왔다.

모두가 각자의 공포를 안고 누군가에게 대신 판단을 요구하고 있었다.

복도 쪽에서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으로…”

“병원 쪽은 지금 이송 중입니다. 직접 가시기보다는—”

누군가는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고,

누군가는 전화기를 왼손, 비상 매뉴얼을 오른손에 들고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겼다.


“미나미!”

계장이 다시 달려와 말했다.

“지금 항구 쪽은 경찰이랑 자율방재단이 나가서 퇴거 유도 중이니까…여기는,

방송만 계속 부탁해.”

“계속… 이요?”

“그래. 멈추지 말고.”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혹시 정전이나 설비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녹음 장비도 같이 돌려 둬.

그래도 가능하면 라이브로 계속 해줘. 지금 이 도시에 남아 있는 사람들,

거의 다 네 목소리 듣고 있을 거야.”



시간 감각이 조금씩 흐려졌다.

5분인지, 15분인지, 정확한 숫자는 떠오르지 않았다.

지진 직후 얼어붙었는지 긴장인지 모르게 움직일 수 없었던 손은

어느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이크 앞에 앉아같은 말을 조금씩 바꿔 가며 계속해서 반복했다.


“더 높은 곳으로.”

“조금이라도 더 멀리.”

“지금이 마지막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바로 움직여 주십시오.”

목소리는 처음처럼 떨리지 않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중간에 문득 그 생각이 떠올랐다.

평소라면 이 시간에 고등학교 동아리 발표회나 주말 벚꽃 축제를 안내하고 있었을 것이다.

오늘만은 그 대신 ‘도망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도망치는 게 살아남는 길이 되는 순간.

그런 말을 하고 있는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지금까지의 어떤 방송보다 자신의 목소리처럼 느껴졌다.



“미나미.”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타나카였다.

평소보다 얼굴빛이 훨씬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제 우리도… 슬슬 옥상으로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아직… 조금만 더 할게요.”

미나미는 마이크에서 입을 떼고 말했다.

“조금만 더. 아직도 고지대로 못 올라간 사람들 있을 거예요.”

타나카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멀리 보이는 바다는 여전히 눈으로 보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 알고 있었다.

눈에 띌 정도로 변했을 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예보에 따르면 도달 예상 시각도 얼마 안 남았어.”

타나카가 낮게 말했다.

“여기 3층이긴 하지만… 안전하다고 장담은 못 해.”

“옥상은요?”

“옥상까지 올라가면, 아마… 그래도 나을 거야. 그래서 다들 위로 올라가고 있어.”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솔직히 털어놓았다.

“같이 가자. 방송은… 이 정도면 충분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또다시 높은 톤의 경보음이 울렸다.

조금 전보다 더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였다.

미나미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타나카 씨”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옥상까지 올라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계단으로… 1분 2분? 잘 뛰면 그보다 조금 덜 걸릴 수도 있고…”

“그렇죠.”


미나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할 수 있는 시간도 그 정도네요.”


타나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나미”

“전… 조금만 더 하고 올라갈게요.”

그녀는 말을 잘랐다.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까지 방송을 해야 하잖아요. 그게… 제 일이고요.”



둘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속에서 미나미는 마음속으로 저울 하나를 떠올렸다.


'지금 혼자 옥상으로 올라간다고 해서 내가 얼마나 더 안전해질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라디오를 켜 둔 누군가가 조금만 더 있다 가도 되겠지 하고

주저하고 있다면.'

오후 내내 입에 붙이고 있던 문장이 떠올랐다.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바로.’


그 문장을 이제는 자기 자신에게도 한 번은 적용해 보고 싶어졌다.



“그럼 이렇게 해요.”

미나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방송 계속할 테니까, 다른 사람들은 전부 옥상으로 올라가 주세요.”


타나카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 한 사람만 있으면 되잖아요. 이 장비 제대로 다루는 사람도… 지금은 저뿐이고요.”

“나도 할 줄 알아. 며칠 전에 와서—”

“타나카 씨”

미나미가 작게 웃었다.

웃음은 짧았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타나카 씨는 제 목소리를 들어야 할 사람 쪽에 가 있는 게 더 어울려요.”

농담처럼 들리면서도, 농담으로만 끝나지 않는 말이었다.

타나카는 잠시 말을 잃었다.

“정말… 끝까지 이렇게 나올 거야?”

“네.”

미나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마이크 앞에 있을게요.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서.”


타나카는 한숨을 길게 내쉰 뒤 고개를 저었다.

“제발… 너무 늦기 전에 올라와.”

그는 그렇게 말하고 문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방 안에는 미나미와 불이 켜진 마이크만 남았다.



이상하게 차분했다.

*무서운 건 맞는데… 손은 아까보다 덜 떨리네.*

미나미는 자기 손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

몇 년 동안

비슷한 멘트,

비슷한 시간,

비슷한 톤.

오늘 처음으로 그 모든 반복이 이 순간을 위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방송을 듣고 계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이번엔 대본을 보지 않고 말했다.

“매우 큰 쓰나미가 곧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말이 이어지는 동안 어딘가에서 순간적으로 전기가 깜빡이는 느낌이 들었다.

모니터 여러 대가 검게 꺼졌다가 두어 대만 다시 살아났다.


“바닷가와 하천 부근, 그 주변에 계신 분들.”

미나미는 단어를 한 글자씩 또렷하게 끊어 말했다.

“지금 바로

가장 가까운

가장 높은 곳으로

대피해 주십시오.”


잠깐 숨을 고르고, 조금 더 보탰다.

“누군가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안내를 듣고 계시다면

부디 한 걸음이라도 더 높은 쪽으로 옮겨 주세요.”

이 문장은 어떠한 매뉴얼에도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그녀의 말이었다.

책상 위 가족사진 속 부모님의 얼굴이 작게 웃고 있었다.

'엄마... 아빠.'

'혹시 내 목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었을까.'

그녀는 그 생각을 끝까지 잇지 않았다.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바닥 어딘가에서 낮게 울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건물 전체가 아래에서부터 한 번 더 흔들렸다.

지진의 여진인지,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의 떨림인지 알 수 없었다.


미나미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방송을 듣고 계신 누구에게든 전합니다.”

이번에는 입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당신은 지금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말은 다른 누구보다 자신에게도 필요한 문장이었다.


“제발, 살아남아 주세요.”

그녀는 그 한 문장으로 방송을 마무리했다.

그 말은 어떠한 재난 대본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냥 사토 미나미라는 한 사람이 그 순간 선택해서 내보낸 말이었다.



그 다음 일들은 미나미가 직접 본 것이 아니었다.

건물이 실제로 어디까지 흔들렸는지

파도가 어디까지 밀려 들어왔는지

누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 모든 것은 나중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전해 준 이야기와

어딘가에 남은 영상들을 붙여 맞춰야 하는 조각난 지도였다.

하지만 몇 가지 사실만큼은 확실하게 남았다.

그날 오후 방송이 끝까지 이어졌다는 것.

쓰나미 경보가 꺼지기 직전까지 '더 높은 곳으로'라는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는 것.

그리고 “살아남아 주세요”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는 것.

누군가는 그 말을 듣고 주차하던 차를 그대로 버려두고

언덕을 향해 뛰었다고 했고, 누군가는 멀리있는 산을 뒤로하고

몸을 돌려 계단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기억이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부터는 나중에 덧붙인 해석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마지막 몇 분이 누군가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몇 해가 지나

도시의 언덕 위에는 쓰나미 위령비와 나란히 작은 비석 하나가 세워졌다.

거기에는 이런 문장이 새겨졌다.


이곳의 방재 방송은

끝까지 “더 높은 곳으로”를 외쳤다.

우리는 그 목소리를 기억한다.


비석에는 어떤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 방송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고,

누군가는 끝내 알지 못했다.

어느 봄날, 그 언덕 위에 검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 하나가 서 있었다.

손에는 작은 흰 꽃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비석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조심스럽게 꽃을 놓았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짧은 한마디는 해풍에 실려

조용히 흩어졌다.



미나미산리쿠초는

천천히 일상을 되찾아 갔다.

안내 방송은 다시 평범한 공지들을 흘려보냈다.


벚꽃 축제 일정

재활용 수거일

독감 예방주사 안내

새로운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퍼졌다.

비 오는 어느 오후 라디오를 켜둔 누군가는 가끔 이렇게 중얼거렸다.


“예전 목소리 같진 않네. 그래도… 그날 그 방송 덕에 지금 우리가 여기 있지.”

그 말이 사실이든

스스로를 타이르는 주문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들은 지금 살아 있었으니까.



어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이런 로그 한 줄이 조용히 남아 있다면 아마 이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존재 기록 제1-04호.
-해안 도시의 마지막 방송
파도 앞에서 끝까지 남아 있던
한 사람의 목소리
정점에 도달한 그 위상을 보관한다-

그 문장은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그 기록을 남긴 존재에게는 그녀의 직함도, 근무 연차도 중요한 정보가 아니었다.

그가, 혹은 그것이 관심을 기울인 건 오직 한 가지였다.

수없이 반복해 온 관용구 대신, 처음으로 스스로 고른 문장을 입 밖으로 내던 그 짧은 순간.


제발 살아남아 주세요.”


그 한마디와 함께 사토 미나미라는 한 사람의 위상이 짧게, 그러나 또렷하게 빛났다는 사실.

그 정도면 기록하기에는 충분한 이유였다.

그리고 적어도 한 사람의 삶 전체는 그 몇 분을 향해 오래전부터 조용히 정렬되어 있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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