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 <스틱>
< 스틱!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
저자: 칩 히스, 댄 히스
번역: 안진환, 박슬라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최초 발행: 2007.06.20
나는 이해력이 그렇게 좋지 못하다. 집중력도 짧다. 그래서 강의나 세미나를 가면 발표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최대한 귀를 기울여서 듣는다. 그럼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독서를 할 때도 똑같다. 2022년부터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도서 1개 당 1가지만 기억하자"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것도 못한 책들이 많다.
<스틱>을 읽을 때는 요소마다 사례를 읽고 고개를 끄떡였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기억에 남는 내용은"3가지를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와 "지식의 저주"라는 개념이다. <스틱>은 한 가지 이상을 기억했으니 개인적으로 성공이다.
"3가지를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스틱>을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책에서는 자신의 메시지를 "스틱"하게 만들 수 있는 6가지 요소를 사례를 들어 소개하지만, 결국 핵심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3가지를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것은 결국 중요한 한 두 가지만 말하라는 것이다. 당신이 대화하고 있는 상대방은 인간이기 때문에 여러 개의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회의, 논의, 대화, 세미나, 강연 등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때 나는 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생각하면서 듣는다. 그런데 말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을 비교하면, 결국 몇 가지 핵심 내용을 말하려고 하는지가 큰 차이점이다.
소위 "말을 잘하는 사람"은 명확한 것 같다. 논리적으로 1->2->3 단계로 자신의 의견을 어필한다. 근거를 들 때 이야기의 방향성이 새어나가는 것 같으면서도 돌아와 본인이 주장하는 내용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자신이 주장한 줄기를 쭉 가져간다.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내용이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여러 줄기를 가지고 말하며, 삼천포로 대화가 빠진다.
나는 그래서 이제는 웬만하면 핵심 내용 한 두 가지 이상으로 주장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지만 모두 말했다가는 하나도 상대방의 머릿속에 남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나도 수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오면 하나도 처리할 수 없는 것처럼 남들도 똑같을 것이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본글에서도 두 가지로 내용을 추리는 것도 이 이유이다.
"지식의 저주"
"지식의 저주"란 일단 무언가를 알고 나면 알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흔히 교수님들이 난생처음 보는 이론들을 설명하면서, "이 내용은 쉽죠?"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교수님들이 나쁜 것이 아니라 "지식의 저주"에 빠진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사업에는 대표와 직원들 간에 관계에서 이런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는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이다.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고, 왜 그렇게 돼야 하는지에 대해 끝없이 고민한다. 그래서 내세운 목표가 "주주 가치의 극대화"이다.
그러나 직원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뼈 빠지게 일해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준다고? 고객이면 그나마 이해가 되겠는데, 주주는 아닌 것 같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표가 자신의 메시지를 바꿔야 한다. 아무리 직원에게 이사회에서 주고받는 내용, 투자사의 압박, 주주를 설득하는 것의 중요성을 어필해 봤자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에는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배경 지식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메시지를 받는 사람들이 직원이기 때문에. 주주를 대상으로 이야기할 때는 훌륭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책에서 "지식의 저주"에 관해 재밌는 표현이 담겨있다. "이해를 못 하는 상대방에게 전문가가 더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이론을 설명하는 것은 마치 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말을 더 천천히 말해주면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같다"이다. 정말 좋은 표현인 것 같다. "지식의 저주"에 아주 지독히 빠져있는 것이다. 더 구체적인 설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언어로 바꿔 설명해야 한다.
재밌는 책이다. 사례 중심으로 전개되어 이해하기도 편하다. "스틱"한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는 것. 한 가지 핵심 내용을 말해야 하는 것.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않는 것.
나는 <스틱>을 통해 위 내용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던 내용을 공유한다.
시나리고 작가 노라 에프론의 일화이다. 그녀가 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한 고등학교 언론 수업 교수님 덕분이다.
교수는 첫 번째 과제를 내주었다. 신문 기사의 첫 번째 문장, 즉 리드를 쓰는 것. 교사가 기사의 토대가 될 사실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오늘 비벌리힐스 고등학교의 케네스 L. 피터스 교장은 다음 주 목요일 비벌리힐스 고등학교의 전 교직원이 새크라멘토에서 열리는 새로운 교수법 세미나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미나에는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시카고 대학 학장 로버트 메이너드 허친슨 박사, 캘리포니아주지사 에드먼스 팻 브라운 등이 강연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미래의 기자들은 열심히 타자기를 치며 생애 최초의 리드를 작성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주어진 사실들을 모아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다음 주 목요일 새크라멘토에서 주지사 팻 브라운, 마거릿 미드, 로버트 메이너드 허친슨 박사 등이 비벌리힐스 고등학교의 교직원들에게 강연을 할 것이다. 어쩌고 저쩌고."
교사는 학생들이 작성한 리드를 재빨리 훑어보았다. 그런 다음 그는 종이를 옆으로 밀쳐놓고 잠시 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의 리드는 '다음 주 목요일 휴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