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공간, 없는 공간. - 유정수
장사가 잘되는 공간, 안 되는 공간.
사람이 많은 공간, 없는 공간.
구매가 일어나는 공간, 아닌 공간.
도대체 무엇이 다른 건가?
나는 공간을 만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공간은 1도 모르는 사람이다.
카페에 가면 예쁘다, 사람 많다, 줄 서기 싫다, 맛있었으면 좋겠다.로 생각이 끝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소비재 브랜드를 만들 예비창업가로서의 고민과 실무를 경험을 쌓았다.
그런 나에게 갑자기 오프라인 공간이라니. 놀랍다.
그럼에도 늘 그래왔듯 설렘 반, 긴장 반이다.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에 나는 빠르게 주변 지인, 유튜브, 책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웃기게도 이것 또한 시작한 지 일주일 되었으려나. 오래된 것도 아니다.
중고서점 알라딘을 돌아다니면서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있는 공간 없는 공간>
가장 눈이 간 것은 저자였다. 유정수.
그는 수많은 카페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상권을 살린 '글로우서울'의 대표이다.
대표라고 하더라도 인사이트 없는 사람도 있다. 실행력만 좋거나 말만 잘하는 사람.
그때 망한 가게를 살리는 한 방송에 유정수 대표가 출연하여 피드백을 주는 장면이 기억났다.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비슷하다. 하지만 음식의 맛보다는 인테리어, 가게 자체로 영역이 확대된 것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그래도 머릿속이 백지인 나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 들어 책을 샀다.
결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는 공간에 대한 유정수 대표의 프레임워크가 처음부터 궁금했다.
공간이 성공하려면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고민을 하는가?
어떤 것을 고려하고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너무 궁금했다.
나는 그 어떤 것도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아라. 갑자기 공간을 기획하고 만들라고 하면 무슨 생각부터 드는가?
정답.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무언가가 생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싶어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키워드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유휴공간은 40%
원더
고객은 당신의 공간에 잠깐 있다 간다
콘셉트는 끝까지 밀어붙인다.
공간은 영업 공간, 유휴 공간이 있다.
판매를 위한 공간인 영업 공간을 제외하면 모두 유휴 공간이다.
과거 우리는 영업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었다. 최대한 많이 선보여야 하기 때문에.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고객은 손안에 수많은 선택지가 놓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왜 '굳이' 당신의 오프라인 매장에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가.
그 이유는 온라인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을 오프라인에서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휴 공간은 그것을 제공한다. 더 이상 빽빽이 다양한 물건을 모아두는 것만으로는 사람을 끌어들일 수 없다.
결국 사람이 오프라인을 방문하는 이유를 당신의 매장 내에 선보여야 하고,
그것은 유휴 공간이다.
40%의 근거는 솔직히 조금 빈약한 것 같다.
저자는 온라인 침투율이 약 60%로 넘어서면서 그에 비례하여 오프라인 유휴 공간의 비중도 따른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소비하는 행태가 많아질수록 매장은 더욱 오프라인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유휴 공간)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근거는 크게 동요되지 않았고 유정수 대표가 경험적으로 성공한 데이터 베이스를 믿는다.
위 말한 유휴 공간과 관련된 내용이다.
원더란 어떤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 수 있는 요소를 의미한다.
즉, 사람들의 입에서 '우와'를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
젠틀몬스터의 대형 오브제, 청수당의 대나무, 온천집의 거대한 중앙 온천 등을 예로 든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그곳을 방문하는 핵심 이유다.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원더는 중앙에 가까울수록 효과가 빛을 발한다.
재밌는 예시가 있었는데 원더가 중앙에 10평을 차지하고 그 주변의 공간이 30평이라고 가정하자.
1평당 의자 1개가 있다고 가정하면 중앙의 공간은 공용의 것이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앉은 공간과 원더를 포함한 11평의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원더가 구석진 곳에 있으면 누군가에게는 11평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1평 내외의 공간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에게는 왜 내가 지금껏 방문한 매장이 그런 형태였는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어서 흥미로웠다.
상업적 공간은 고객이 잠시 있다 간다.
카페는 1시간, 식당은 2시간, 호텔은 1일, 집은 몇 년.
목적과 용도에 따라 사람이 공간에 물리적으로 있는 시간이 다르다.
상업적 공간은 대게 몇 시간 이내이다.
즉, 1시간 있을 공간을 몇 년 있을 공간과 같게 기획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 같지만, 예시를 보면 조금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공간을 기획하는 사람은 그 공간을 짧으면 한 두 달, 길게는 몇 년을 보며 구상한다.
굉장히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객은 1시간 있다 간다. 모든 것이 새로울 것이다.
기획자의 눈에 과해보이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획자의 눈에 적당해 보이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밑밑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들인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관점으로 런던베이글뮤지엄, 소하염전 혹은 우리가 인상적이었던 상업적 공간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공간을 접하는 '첫 느낌'은 매우 소중한 것이고 기획자는 최종 공간에 대한 '첫 느낌'을 만끽할 수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그 간극을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바로 위에 말한 것과 일맥상통이다.
콘셉트를 맥시멀리즘으로 결정했으면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고객 또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미니멀리즘으로 결정했다면 그 또한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맥스와 미니멀이 공존하면 짜친다. 혼란스럽다. 하다 만 것 같다.
고객이 '짧은 시간' 안에 의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충분히 극단적으로 표현을 해야 한다.
<있는 공간, 없는 공간>을 통해 좋은 기준을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늘 염두해야 하는 것은 그 어떤 정보도 내게 답을 주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하는 고통의 길을 지나야 할 것이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