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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elsoft Apr 07. 2024

차별을 하러 호주에 오는 사람은 없다.

Feelsoft의 호주에 내 둥지 만들기

호주로 오시려는 많은 분들이 호주의 차별에 대해 걱정을 합니다. 물론 백호주의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호주의 인종차별 정책은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음에도 아직 호주의 대표적인 잔상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많은 분들이 직간접적으로 이러한 차별을 경험했다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저 역시도 이민을 와서 차별적이라고 생각되거나 혹은 불편한 상황을 겪었던 적이 있습니다.


차에 탄 채 괴성을 지르는 젊은 아이들 덕에 인도를 걷다 놀란적도 많고 아시안은 다 중국인이라 생각하는지 출신을 묻지도 않고  '니하오'를 외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혹은 내가 영어를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팀/그룹 속에서 대화나 역할에서 비주류로 배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마치 하인을 대하듯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며 부담을 주기도 하고 (발음이 어색하거나 속도가 느리면) 전화 속의 상담원이나 마케터조차도 말의 톤이 강해지거나 공격적으로 변하는 경우를 느끼기도 합니다.


틀림없이 내가 상대방보다 더 잘 알고 공부나 경험도 많은 분야임에도 이민을 왔고 영어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내 말을 듣거나 믿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도 만나게 되고 우리가 먹는 익숙한 음식에 대해 불편하거나 불쾌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봅니다. 낯선 곳에서 공부나 일을 하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같이 밥을 먹자고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 없어 혼자 먹게 되기도 하고 사교성 모임에 참여해도 나에게 말을 먼저 걸어주거나 나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 때도 많습니다. 몇 마디 주고받다가 모두 1, 2분 안에 어디론가 가버리죠.


조그마한 실수나 어리숙함에 마치 애완동물을 훈육하듯이 과한 호통을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다가도 유독 나에게만 고지식하고 융통성도 없이 원칙만 내세우며 'No'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10대나 어린아이들은 분명히 나를 알고 있음에도 인사를 하지 않고 멀리 피하거나 내가 먼저 말을 걸어도 대화하기를 부담스러워하고 피하려고 하는 걸 느낄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 뜬금없이 과도한 도움이나 연민의 정서를 내비치며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는 척도 안 하던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큰 사건이나 인명사고가 날 때만 너 괜찮냐 하며 아는 척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불편하게 느끼시겠지만 위의 상황은 여러분들은 호주에 오시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꼭 백인들만은 아닙니다. 또한 건장한 성인들만도 아니고 특정한 지위나 계급에 있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모든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차별은 당하는 사람의 언어입니다.


가해자는 본인이 차별을 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냥 어떤 사람이나 상황이 불편하고 낯설고 어색해서 피했을 뿐인데 그 상대방은 그것이 차별이라 느낄 수 있는 거죠. 말귀를 계속 못 알아들으니 화가 날 수도 있는 거고 바쁜데 버벅대고 있으면 짜증이 날 수도 있는 것이죠. 내가 그냥 내가 편한 사람이랑 편한 언어로 밥 먹고 이야기 나누는 것인데 소외된 사람에게는 차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냥 자신이 아무것도 않아도 상대편은 차별이라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별은 일방적인 가해자나 피해자가 없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모든 차별의 가해자가 백인도 아니고 기득권자도 아닙니다. 그중에는 우리같이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도 있고 유색인종도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차별을 당하는 사람조차 어느 순간 자기가 차별의 가해자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오는 이민자 역시 자신도 모르게 차별의 가해자가 됩니다.


비영어권 국가 사람들이 하는 영어를 못 알아듣겠다며 불평하는 사람들. 설마 한글을 알아듣겠나며 공공장소에서 혐오적인 말을 내뱉는 사람들. 특정 국가의 국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나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 한국에서와 동일한 사고방식으로 교민이나 그 자식을 소득이나 출신으로 구분하는 사람들. 그리고 심지어 어떤 이유로든 한국 교민을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사람들. 

그렇게 우리도 그들이 되어갑니다.


이 글의 제목처럼 차별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그 마음을 잘 지켜서 오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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