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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elsoft Apr 07. 2024

부동산에 대한 호주의 도덕적 시각

Feelsoft의 호주에 내 둥지 만들기


'부동산'에 대해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통념들은 과연 보편타당하고 절대적인 것일까?


부동산 투기, 다주택자, 빌라왕,  미성년자에게 부동산 상속, 편법 증여, 알박기, 경매꾼, 기획부동산...

태평양 너머 지구의 반대쪽의 나라 호주도 그런 것들이 있어서 도덕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욕을 먹고 지탄받는 것일까


한국과 호주가 어떻게 다른지 수많은 컨텐트들이 온라인상에 있겠지만 부동산이라는 업이나 관련 행위를 하는데 두 나라가 과연 어떤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지 차이를 설명한 사람은 없어서 우리가 한국에서 교육과 언론을 통해 익숙해진 부동산 관련 도덕적 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는 의미에서 적어봅니다.


1. 한 사람이 많은 주택을 보유하는 것은 비도덕적인가?


제가 호주에 와서 가장 먼저 산 책 중의 하나가 아래의 책입니다. 부동산 분야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및 스테디셀러 중의 하나입니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짧은 기간에 수백 채의 부동산을 보유하게 된 사람의 노하우를 적은 책입니다. 우리 시각으로 말하면 (빌라왕 등의) 부동산왕의 성공 스토리라고 할까요. 내용은 주로 부동산의 파이낸싱이나 세무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기저에는 '너도 해봐',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동기부여가 깔려있지요.


'부러우면 너도 해.'라는 책



호주에서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 및 스테디셀러가 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이든, 사업자든 혹은 개인이든)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책임 내에서 결정할 사안이며 설령 다주택자라 하더라고 이를 사회적이나 도덕적인 잣대로 비난을 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통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투자 부동산에 대한 Negative Grearing이 아직 존재하는 것 역시 이러한 통념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어린이나 미성년자가 고가주택을 가지는 것은 지탄받아야 하는가?


아시다시피 호주에는 상속, 증여세가 없습니다. 이는 부동산을 자식 (또는 지인에게)에게 살아서 주든 죽어서 유산으로 주든 주는 그 자체의 행위만으로 세금을 발생시키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Stamp Duty 같은 행정비용은 발생합니다.) 그저 과세의 대상이 이전되고 납세의 시점이 이연 될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 간의 혹은 지인들 간에 터무니없는 (표현이 다분히 감정적이네요) 가격으로 (심지어는 1달러) 부동산을 주고받는 일이 흔하며 어린이나 미성년자가 부동산의 소유주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는 둥, 탈세목적이 분명하다는 둥, 그 어린이나 미성년자의 자금출처를 해야 한다는 둥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호주가 이중과세에 대한 시각이 한국과 다르다는데 이유가 있으며 이로 인해 부동산 소유가 나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회적인 시각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NSW에서는 증여에 주로 이런 양식을 씁니다.



3.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이 스포츠카를 타면 비윤리적인가?


이 또한 한국에서 많이 등장하는 뉴스 중의 하나입니다. 이에 대해 호주에서는 두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호주에는 임대주택의 개념이 일반적인 무주택자가 아니라 정말로 기거할 곳을 마련하지 못하는 극빈자 또는 주거약자를 위한 복지성격이 강해 전체적인 규모나 퀄리티가 한국에 비해 현저히 작고 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스포츠카를 보유한 사람이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겠죠. 아마도 그런 사람이 정말로 스포츠카를 보유하고 있다면 한국과 같은 비난을 물론 바로 조사가 들어가고 입주자격이 정지될 겁니다. (입주자격에 당연히 소득/자산 심사를 거칩니다.)


그러나 그런 (정부 또는 자선단체가 지원하는) 주택이 아닌 일반 임대의 경우에는 임차인이 스포츠카를 타든 심지어 요트를 가지고 있든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렌트를 한다는 것이 그 사람의 재산이나 소득, 사회적 지위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자가주택에서 살 것인지 또는 렌트를 하며 살 것인지는 오롯이 본인의 판단일 뿐입니다.


아마도 그런 뉴스나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한국의 임대주택 정책이 점차 발전하고 보다 폭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이런 시각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국은 특별히 이 '차'라는 물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서 그렇다는 생각이 드는데 호주에서는 사실 누구나 (설령 임대주택에 살더라도) 원한다면 빌리던가 해서 스포츠카를 타고 다닐 수는 있다는 생각에 그 운전자를 비난하거나 질투하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그 소음을 걱정하지요.


4. 청년들에게는 주택을 더 쉽게 살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가?


팬데믹을 거치며 주택가격이 급상승한 모든 나라의 공통된 과제이겠지만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한 청년들이나 빈곤층 같이 내 집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주택약자라 하나요?)을 정부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는 국가마다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한국은 초저출생률과 더불어 청년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로 청약, 대출자격, 대출상품, 이자율, 세금 등에서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호주는 공식적인 '청년'에 대한 우대는 없습니다. 단지 '생애 첫 주택구입자'라는 이름으로 누구에게나 한 번씩 오는 기회를 나이와 상관없이 제공하고 있는데 이때 주택을 구입하게 되면 정부의 지원금을 주거나 공동매입하는 방식입니다.


형식적인 면으로만 보았을 때는 청년이라는 특별한 그룹을 배려하기보다는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모든 이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공정성을 더하고 있지요.


그렇다고 호주 정부가 급상승한 부동산 가격에 청년들이 가질 부담감을 경시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공정성에 더 무게를 두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좀 더 따지고 보면 부부합산 1회의 기회를 주는 호주는 결혼한 부부에게 불공정하기는 합니다.)


......


그 밖에도 LH사태, NYMBY, 기획부동산 등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은 많지만 줄이겠습니다. 언제고 시간이 되면 적어보겠습니다.


......


나라가 다르다고 땅과 집이 뭐 그리 다르겠습니까.

그냥 다른 시각과 다른 도덕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러니 호주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우선 한국이라는 국가가 교육시킨 도덕적 편견도 버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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