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eelsoft Apr 06. 2024

집이 삶을 힘들게 만드는 세상입니다.

Feelsoft의 호주에 내 둥지 만들기

살면서 집 한 채 가지는 게 언제 쉬운 적이 있었겠냐만은 요즈음에는 특히나 이 '집'이라는 것이 우리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네요.


집 한 채 가지는 것이 부의 사다리인 줄 알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어렵게 어렵게 장만해도 올라만 가는 이자율에 점점 생활의 여유는 없어지고 행여 전세라도 끼고 사게 되면 떨어지는 전세가에 오히려 임차인의 눈치를 보며 보증금 마련에 허덕대야 하고... 행여나 대출을 갚지 못하거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결국 압류나 경매로 집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자칫 전세사기이라는 형사소송까지 감수해야 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전세사기나 깡통전세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대인들의 고통만큼 하겠습니까. 평생 모은 재산의 거의 전부인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고 잃을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얼마나 큰 상처가 생길까요. 공감한다는 말도 감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집이 없어서 결혼의 용기를 내지 못하는 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집조차도 허락하지 못하는 이 시기가 정말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그런 한편에서는 많은 돈을 들어 짓거나 산 집이 팔리지 않아 난처한 분들도 계시죠. 유사주택이라고 하나요... 오피스텔, 생활숙박, 지식산업세터 모두 마찬가지일 겁니다.


호주라고 해서 상황이 많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엄청나게 비싼 Rent도 버겁지만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마다 계속해서 Rent가 올라가며 목을 졸라대는 스트레스도 엄청나고 언제 어느 때 계약을 종료하고 나가라고 할지 몰라 항상 불안한 거주 환경 속에서 액자 하나 내 맘대로 벽에 걸지 못하는 위축감은 스스로를 초라함에 가두기 십상입니다.


계속해서 오르는 집값은 사회에 나온 젊은 이들의 사다리를 거두어버려 그들의 발목을 Rent시장에 붙잡아 둔 채 계속해서 월급을 잠식해 집을 사기 위한 최소한의 Deposit조차 모으기 힘들게 하고 있으며 도시별 지역별 부동산 가격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 또 다른 세대별, 인종별, 지역별 segregation 문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위축되는 부동산 경기는 우리 모두의 자산을 하루하루 갉아먹으며 오늘의 생활경비를 줄이고 내일의 희망을 줄이고 사랑하는 이에게 해야 할 보금자리를 약속할 수 없게 만들고 (한국은) 초저출산이라는 상황으로 우리를 이어나갈 다음 세대마저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간절함을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에는 감정평가 인스펙션을 하며 만나는 집주인들의 모습에서 간절함을 느낍니다. 비록 그 표현은 투박하고 어설픈 동네 자랑이나 집 자랑이겠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애처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내 집의 가치가 조금이라도 더 나와야 좀 더 많은 대출을 받고 좀 더 많은 삶의 여유를 가지고 좀 더 많은 미래의 선택지를 가질 수 있기에 저를 바라보는 눈빛과 저에게 전달하는 목소리에 간절한 기대와 바람의 메시지를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한 집, 또 한 집 인스펙션을 반복하며 느끼게 될 때 부동산 경기가 우리에게 주는 시대적 고통을 온전히 피부로 전달받게 됩니다.


우리에게 희망은 무엇일까요.

시간이 지나면 과연 힘든 날들은 지나갈까요.

아니 힘든 날이 자나고 좀 더 나은 세상이 온다면 그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자율이 동결되거나 내려가고 그래서 집값이 올라 자산이 증가되면 행복해질까요. 아니면 집값이 더 떨어져 모두 어렵지 않게 집을 장만할 수 있으면 행복할까요. 여윳돈으로 집 한 채 투자한 사람들을 위해 렌트가 계속 올라야 행복할까요. 아니면 집을 장만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렌트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현 수준에 머무르거나 떨어지면 행복할까요.

......


부동산에 관한 일을 너무 오래 해서일까요.


이제는 집이라는 이 요물이 한 두 사람의 바람이나 욕심대로 움직이는 놈이 아니라는 것도. 세상 모두를 똑같이 행복하게 할 수 없는 놈이라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내 편인 듯싶다가도 어느 순간 나에게 상처를 주고 다른 편을 향해 돌아서기 일쑤이죠.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마도 그저 이 요물이 움직이는 반대쪽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이 좀 더 힘을 내고 용기를 잃지 않도록 돌아보고 응원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이런 험난한 시기에 가질 수 있는 희망이 아까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