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상하게 주변에서 소개팅이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2025년 상반기에 소개팅을 7번 했다. 삼십 대의 소개팅은 서로 나이와 직업, 간혹 사진 교환을 하고 이루어진다.
삼십 대 초반의 소개팅은 처음 만나는 과정 또한 쉽지 않다. 서로 예의를 갖추어 인사하고, 자기소개를 해야 하며, 약속 장소를 정한다. 얼굴도 잘 모르는 사이인데 음식 취향과 서로의 거주지를 고려해 약속 장소를 잡아야 한다. 난 외향인이지만 모르는 사람과 갑자기 약속을 잡고 만나는 게 아직도 어색하고 서툴다.
처음 만나서 보통 식사를 한다. 요즘은 파스타가 아닌 일반 음식(중식, 이자카 등야)도 많이 먹는다. 보통은 조용한 장소를 고르려고 하며, 장소가 인기 있는 경우 남자분이 예약을 한다. 사실 나는 처음 만난 사이에 마주 보고 밥을 먹는 게 너무 힘들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에, 서로 호감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이인데, 밥부터 먹으라는 것은 너무 고역이었다. 그렇게 밥을 1-2시간 정도 먹는다. 밥을 먹는 동안 내가 밥을 먹는 건지, 얘기만 하는 건지 정신이 없이 시간이 지나간다.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적당한 질문도 해야 하고, 내 소개도 해야 한다.
보통 이야기는 직업, 취미, 여행 정도인 것 같다. 삼십 대가 되니 결혼 생각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다. 서로에 대한 호구조사가 끝나면 커피를 마시러 간다. 물론 이것도 서로 호감이 있거나 예의는 지켜야지 하는 마음으로 간다.
커피도 1시간 정도 마신다. 서로 궁금한 부분에 대해 좀 더 물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다음 약속을 잡을지 말지는 사실 밥 먹으면서 정해지는 것 같다. 물론 이야기를 하면서 이분 괜찮네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이야기를 해보면서 사람이 달라 보인건 딱 한 번이긴 하지만..
삼십 대의 소개팅이 어려운 이유는 모두 결혼을 전제로 만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실패하면 안 된다 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더 신중하고 다들 조심스럽다.
이번에 소개팅을 7번 하면서 내가 소개팅에서 결혼 상대를 만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일단 나는 단기간에 어떤 사람을 파악할만한 안목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보통 소개팅을 하면 3-4번 만나고 사귈지 말지 정한다. 보통 한번 만나면 3-4시간 정도 본다. 12-16시간 정도만에 이 사람이다 싶으려면 정마 잘 맞는 부분을 찾던지, 외적으로 이상형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외적인 것보다 그 사람의 가치관이 중요한데, 이걸 단기간에 알기 어렵다. 그래서 친구들은 일단 괜찮으면 사귀면서 알아봐야지라고 한다. 내가 이전에 연애하던 방식과 너무 달라 매우 혼란스러웠다.
물론 직장인이 되면 새로운 사람 만날 곳이 없기 때문에 소개팅이라고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누군가를 알아가야 하는 인위적인 상황이 나한테는 너무 어색하고, 어렵다. 상대방은 단시간 내에 판단해야 하고, 나도 그런 판단을 받아야 한다. 마치 상품 매장에 진열된 옷과 같이, 아직 입어보지 않았지만 잘 어울릴만한 옷을 고르는 느낌이었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소개팅은 계속할 것 같다. 소개팅도 할수록 스킬이 느는 느낌이다. 면접을 많이 보면 볼수록 어떤 질문이 나올지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점점 알게 되면서 상대방한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더 생긴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현타가 오다가도,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할 수 있겠어라는 현실에서 매번 싸운다.
모든 미혼 삼십 대를 응원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