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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담 Jul 15. 2022

한 호흡에 담긴 목숨

명상 1602일째

무더위가 심해지면서 늘 앉던 책방의 좌선 방석 대신, 침대방에서 명상(선)한다.


북서향인 침대방은 우리 집 중에서도 온도가 제일 낮은 방. 당연히 겨울엔 춥고 여름엔 서늘하다. 


좌선 자세를 취하면 마음은 이내 명상(선)할 마음이 된다. 


호흡을 바라본다. 코를 통해 들어오는 공기와 코를 통해 나가는 공기. 그 숨결의 규칙성. 들어오고 나가는 이 한 호흡에 내 생명이 달려있다. 


호흡을 통해 나를 벗어나 세상 속으로 나아간다. 이 세상을 있게 한, 진여(불교식 표현), 혹은 하나님(기독교식 표현)의 존재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 집중한다. 


이내 끼어드는 잡념. 

이내 끼어드는 고민.


다시 잡념과 고민에 거리두기를 시도한다. 바라본다. 바라봐진다.

온전히 느껴지는 하나의 앎.     


참불선원에서도, 축서사에서도 화두를 받았다.

참불선원에서는 ‘이 뭣고’를, 축서사에서는 ‘왜 뜰 앞의 잣나무인가’를.

참불선원에서의 화두는 7일 집중수행에 참여한 모두에게,

축서사에서는 무여 큰스님에게 직접 받았다.      


2019년 7월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 동안 진행된 집중수행(공식 명칭은 ‘쉬고 또 쉬고’)은 스님의 법문도 없이 하루 10시간, 오직 ‘참선’만 하는 수행이었다.      


새벽 2시 40분 기상해 3시부터 4시 20분까지 예불과 108배. 

이어 6시까지 참선 

이후 아침 공양, 9시까지 휴식. 

9시부터 12시까지 다시 참선.

점심 공양. 점심 공양 후 2시까지 휴식. 

2시부터 5시까지 참선.

5시부터 한 시간 청소 등 소임 담당 수행.

6시 저녁 공양.

7시부터 9시까지 참선.

이후 취침.     


일정의 공식 명칭처럼 마음의 온갖 번뇌를 내려놓고 오직 마음에만 집중하며 ‘쉬는’ 데 목적을 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축서사 무여 큰스님께 화두를 받게 된 건 방을 함께 쓴 보살들 덕분이었다. 나의 과거 수행을 들은 보살들은 모두 무여 스님께 화두 받기를 권했고, 총무스님께 직접 나서 청해 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무여 스님을 만났다.

자비로운 미소의 무여 스님이 내게 물었다. 


“무슨 일을 하시는고?”

“글을 씁니다.”

“작가이시구먼.”

“네.”

“어떻게 공부를 했는고?”

“중학교 때 출가하겠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특별히 절을 정해놓고 다니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늘 마음을 들여다보고 책을 보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음…… 그런 방식으로 공부하면 이생에서는 깨닫기 어려운데. 화두를 하거나 00(무여 스님은 연세가 많으시다. 알아듣지 못했으나 되묻지 못했다)를 해야 되는데…….”

“화두를 내려주십시오.”


스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씀하셨다.

“조주 스님의 뜰앞의 잣나무를 혹 아시는가?”

“들어봤습니다.”

“이 화두를 들고 공부를 해보시게. 화두를 들고 공부를 하다 보면, 심지가 보일 것이오. 그러면 그 심지에 집중하고.”

“잘 알겠습니다. 그리 공부하겠습니다.”

“깨닫고 나면 노벨문학상 탈 작품도 쓸 수 있을 거요.”     


그렇게 받은 화두를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명상 1602일째 되는 오늘, 나는 이 화두를 들지 않는다. 

왜냐고?(to be continue ㅋ)


사진 ; 2019년 여름 축서사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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