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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담 Jul 08. 2022

명상, 혹은 참선

명상 1595일째

약 4년 4개월쯤 전 명상을 시작했다. 


그 시기, 나는 인생의 전환점에 있었다. 지금 무언가 삶의 방향을 틀지 않는다면 이전과 같은 고통을 되풀이하면서 살게 되리라는 가슴속 아우성이 있었다.

(잠깐, 여기서 명상과 참선의 차이를 궁금해하실 거 같은데.... 학문적 정의가 각기 다르겠으나 나는 같은 의미로 여긴다. 참선이 불교적인 용어, 명상이 좀 더 대중적인 의미 이렇게)


오랫동안(중2, 14세부터) 시작된 깨달음을 향한 마음을 놓은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인 실천은 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살면서 겪는 감정의 그네 타기(분노, 기쁨 같은)는 지루하게 반복되었다. 이 사슬을 끊고 싶어졌다. 

그래서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20대 송광사에서 했던 '출가 4박 5일' 템플스테이를 통해 배운 '선'을 시작했다.


몇 달 후에는 도심 속 강남에 있는 '참불선원'을 찾아 7일간의 출가 프로그램에 참여해 7일 동안 집중 참선을 했다. 허리 통증과 다리 통증, 그리고 졸음과의 사투는 힘들었다. 참선 도중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으로 병원 치료까지 받았지만 해냈다.


이후, 참선 집중 수련을 참불선원과 봉화 축서사에 한 차례씩 더 했고, 일상에서 명상을 실천하고 있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지난 4년 4여 개월, 1581일째 명상은 내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변화의 여정은 ‘그네 타기’로 비유할 수 있겠다. 


인간으로서의 자유는 필연적으로 지구 위, 아니 우주 전체의 생명에까지 의식이 확장한다. 내게서 멀어질수록 의식은 거리만큼의 자유를 선사한다. 비유하자면 높은 산을 내려다볼 때 느끼는 마음, 거대한 자연 앞에 섰을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런데, 갈등의 핵심은 언제나 인간이라는 육체로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하는 실천에 있는 듯하다. 매일 밥을 먹고, 친구와 이야기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면서 겪는 일상에서 우주를 움직이는 진리는 종종 잊힌다. 잊은 채 화를 내고, 기뻐하고, 일한다. 


이 필연적인 삶의 시간 속에 이어지는 일상은 ‘감정의 그네 타기’의 연속이다. 당연히 나의 목표는 ‘감정 그네 타기’의 폭을 좁히는 일이 첫 번째 목표가 되었다. 

(그동안 <마음지도>를 통해 나의 과거 경험 스토리에 덧붙인 마음 경로를 이야기하며 ‘그네 타기’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오늘 명상을 ‘마음먹고’ 시작한 지 1595일째 되는 날, 햇수로 4년 3개월이 조금 넘는 날이 되는 날, 나의 그네 타기의 출렁임 폭은 얼마만큼 줄었나, 생각해 본다. 


감히 많이 줄었다, 평가한다(ㅋ). 


먼저 일상의 ‘해야 될 일’을 할 때 마음의 그네 타기 폭이 사라졌다. 매일, 세 끼의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화장실 청소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빨래를 삶는,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 마음의 부담이 사라졌다.


되려, 소소한 기쁨이 있다. 삶아 넌 흰 속옷과 수건들이 널린 빨래건조대를 바라볼 때 즐거움이.



사진 : 사진 : 2005년 네팔. 강가에서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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