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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담 Aug 03. 2022

만양금 입양

식물 하는 시간 3

만양금을 만난 건 남편이 선물로 들고 집에 와서였다(남편은 회사에 다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진급을 했고, 진급 때마다 선물로 화분을 받았다).


화분이 들어오면 먼저 하는 일, 화분을 둘러싸고 있는 치장품을 걷어내는 것. 리본 모양의 갖가지 치장품을 걷어내자, 동그랗고 하얀 토기 화분에 잎들을 머리처럼 단 만양금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최상품을 증명하려는 것처럼 붉은 열매를 오종종 매달고 있었다. 


식물을 식구로 맞이하면 먼저 하는 일은 이름과 생육환경을 확인하는 거다. 많은 식물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난 뒤 터득한 이 일은 식물에게는 생과 사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하지만 선물로 받은 화분에는 화초의 이름도, 물 주기 정보도 없었다. 네이버 사전에도 뜨지 않았다(‘만양금’이라는 돈 중시 사회에 걸맞는 이름을 갖고 있는 걸 보니, 새롭게 교배된 종인가, 싶다). 다행히 화초를 파는 이의 홈페이지에 정보가 나왔다.      

빨간 열매가 아름다운 만냥금의 정식 명칭은 ‘백냥금’이라는 것과 빨간 열매를 맺는 다른 식물, ‘천냥금’보다 열매가 뭉치로 많이 열려 만냥금으로 불리게 됐다는 것.


또 6월에 하얀 별 모양 꽃이 피고 꽃이 지면 열매를 맺는다는 것과, 열매에는 독이 들어있어 절대 먹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물만 잘 주면(겉 흙이 말랐을 때 흠뻑) 키우기 쉽다는 내용도 있었다. 물 주기 주기 정보는 없었다. 겨울철에는 건조하지 않도록 잎에 분사해주면 좋다는 내용은 있었다. 


이런 내용도 있었다. 


“만냥금은 우리나라 남쪽 지방과 제주도에서 자라고, 가까운 일본, 중국, 대만에서도 자란다.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라기도 하지만 겨울철 웬만한 추위는 견뎌내는 식물이다. 그렇지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실내에서 키우는 것이 좋으며, 반음지 식물이니 너무 강한 햇빛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만양금이 반려 식물이 된 이후, 내내 실내에 있다. 주로 베란다 문을 여는 거실 앞이 자리인데, 한겨울 환기를 위해 연 기온에도 만양금은 상처 입는다. 첫겨울을 지나고 나니, 밖과 가까운 곳의 만양금 입들이 검게 변했고, 이내 떨어졌다. 


그런데, 그 추운 겨울이 지났는데도 빨간 열매는 떨어지지 않고 달려 있었다. 어느 날, 그 열매가 궁금해졌다. 

‘심으면 싹이 날까?’


사진 : 2022년 우리집 만냥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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