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매일 명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담 Jul 12. 2023

가치와 목표를 버리니

명상 1963일째


"자연에는 목적도 가치도 없다." 


한 달여 전, 마음에 품은 보석이다.  이미 알고 있었던, 알고 있었다고 여긴 자연의 이 진실이 벼린 무기처럼 가슴에 파고들었다. 박문호박사를 통해서였다.  유튜브를 통해서인데,  랜덤으로 뜨는 콘텐츠로 만나게 됐다. 나는 박사의 해박하고 명쾌한 강의에 금방 매료당했다. 뇌과학전문가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전자공학도. 전자공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이었다. 


한 강의 중간, 박문호 박사의 말은 곧장 내게로 달려와 기억 어디쯤 자리한 진실에 밑줄을 그었다. 


"맞아. 자연에는 목적이나 목표가  없지. 당연히 가치 또한 없지." 


우주의 시작과 시공간의 변화, 그렇게 생겨난 우주의 수많은 별들과 태양계의 존재. 그리고 지구 에서의 생명 탄생과 진화를 공부하다 보면 알게 되는 진실이다. 

막 대학을 졸업하던 해 가슴 시리게, 뼈가 아리도록, 이 사실을 느낀 적이 있다. 친구들과 술 한 잔을 하고 귀가하던 아파트 정원길에서였다. 


사실 그 자체로 존재하는 세상이 낱낱이 인식되었다.


"그렇구나. 세상은 나의 가치관, 무엇이 옳고, 옳기에 목숨을 던져서라도 행동해야 하는 내가 세운 가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저 무심하게, 생긴 대로 존재하고 변하고 사라지고, 다시 무언가 그 뒤를 잇는 '사실'이구나."


진실의 냉정함에 왈칵, 쏟아졌던 눈물이 생각난다. 두려움에 물러서고 싶었던 감정도 기억난다. 돌이켜보면 간절히 알고 싶었던 진실을 알게 될 때면 같은 감정과 반응을 겪었던 것 같다.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두려움에 잠시 주춤거리다, 이어 환희에 젖는 감정 패턴. 


하지만 핵심은 세상을 좀 더 알게 되었다는 기쁨이다. 나는 이를 작은 '깨달음'이라 이름 붙였다. 세상 전체가 궁금하던 어린 시절부터 나의 꿈은 오직 세상 전체를 알아 자유로운 이가 되는 '깨달은 자'  '각자'가 되는 것이었으니까.  


"자연에는 목적도 가치도 없다."


박문호 박사의 말을 들으며 다시 소스라치게 깨닫는다. 알면서도 수시때때로 내가 만든 가치와 목표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하늘도, 땅도, 바다도, 우주도 품지 못한 나의 상태를. 


....이제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사진 ; 2001(?)년 안나푸르나를 향해 가던 비행기 안에서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

         2020년 집 베란다정원 채송화


매거진의 이전글 깨달음, 토론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