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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범덕 Oct 14. 2023

대장내시경을 통해 알게 된 것

드러그 리포지셔닝(Drug Repositioning)


얼마 전 아내와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2년마다 받는 검진은 다른 어려움은 없는데 대장 내시경을 받는 일이 어렵습니다. 한 끼 굶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장을 비우기 위하여 전날 설사약을 섞은 이상한 맛이 나는 물을 먹는 일이 고역입니다. 그런데 올해 충북대병원에서는 알약을 주면서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하더군요. 역시 한번에 많은 물을 마시는 일이 쉽진 않았지만 그 전에 비하면 아주 편하게 되었습니다. 장을 비우는 일이 힘들어 내시경 검사를 꺼리셨던 분들은 이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성인병을 달고 있는 저에게는 아스피린 복용을 며칠 중지해야 했습니다. 단순 해열진통제로 개발된 아스피린이 혈액응고를 막는 기능이 있다고 밝혀져 혹시 대장 내시경 검사 중에 출혈이 있게 되면 큰 부작용이 있을 것을 염려해서 먹지 않도록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같이 이미 개발이 끝난 약물이나 임상 등 개발 단계에 있는 약을 기존 용도와 다른 약물로 활용하는 것을 ‘드러그 리포지셔닝’이라고 한답니다.



이러한 드러그 리포지셔닝의 최고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비아그라’입니다. 여러분도 알고 계시다시피 비아그라는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되어 당시 세계 제약업계 4~5위에 있던 화이자를 일약  1위로 올려놓게 했습니다. 화이자는 부동의 1위로서 이번 코로나19에서도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로 그 위상이 계속 굳건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화이자를 부동의 1위로 만들어준 비아그라는 사실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출처  동아사이언스


드러그 리포지셔닝이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신약 개발이 워낙 어려워서입니다. 개발 기간과 비용이 너무 길고 많이 소요되기에 그보다 간편한 드러그 리포지셔닝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실제 많은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자료는 세계 제약협회 연맹에 따른 것으로 지나치게 오랜 기간과 비용에 비해 성공률은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할 뿐 아니라 90년대 개발된 의약품들 특허가 만료되는 시기가 오자 많은 제약업계에서 이를 대체할 신약개발보다 드러그 리포지셔닝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약업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 모르지만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하여 드러그 리포지셔닝의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작용 기전이 비슷한 질병에 우연치 않게 효과가 나오게 된다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협심증과 발기부전은 모두 혈류가 원활하게 흐르지 않기 때문으로 두 질병의 원인이 같기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그런가 하면 관절염 치료제가 발모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나와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인체 생리작용에 대한 연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거기에 따라 드러그 리포지셔닝도 여전히 연구가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어 좀 더 인내를 갖고 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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