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범덕 Oct 13. 2023

코로 숨쉬는게 어려운 이유

역설과정이론의 북극곰 실험

작년 10월부터 두 달여 치과에서 신경치료를 받았습니다.

누구나 어릴 때 치과 가는 일이 제일 싫었을 겁니다. 저 역시 치과라면 싫었지요. 어른이 되어서도 치과 가는 일이 좋아졌겠습니까? 요즘에는 치료기술이 좋아져 어릴 때처럼 아프지는 않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좋을 리는 없습니다. 우선 입을 벌려야 하고, 치료 중에 말을 할 수도 없으니 고역이지요. 치료시간이 조금 걸리겠다 싶으면 고정장치를 입에 넣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것도 힘듭니다.


스케일링의 숨겨진 고충 바로 "코로 숨쉬기"  출처 전민일보


그런데 사실 저는 이 모든 과정은 참을 수 있겠는데요.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스케일링할 때가 정말로 참기 어렵습니다. 조금 우스운 이야기입니다만 숨쉬기가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스케일링할 때 간호사가 계속 물을 입에 넣어가면서 이 사이의 치석을 제거하는데 이게 고역입니다.

평소 우리가 숨 쉬는 것은 코인데 간호사가 “코로 숨쉬세요.”라고 말하면 갑자기 그게 안되는겁니다 . 그냥 숨을 참고 있다가 입으로 물을 머금은 채로 “후우~”하는 것입니다.


아니 코로 숨을 쉴 때 누가 말 듣고 했나요. 저절로 해오던 것을 간호사가 이야기했다고 의식해서 ‘코로 숨쉬어야지’ 해도 이게 안되는 것입니다. 어릴 때는 곧 잘 했던 것 같은데 왜 코로 숨 쉬는 것이 안되지요? 우습기도 하지만 스케일링할 때면 트라우마로 작용하니 어쩌지요?


2023년 2월호 과학잡지 “Newton"에 이런 사례를 연구한 심리학자의 이론과 실험이 실려 소개드립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Daniel Wegner) 가 1987년 ‘역설과정이론(ironic process theory :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이라고 명명한 이론인데 이를 ‘북극곰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합니다.

역설과정이론을 증명한 북극곰실험을 소개한 월간 Newton 2023년 2월호


이 실험은 34명의 사람들을 A 와 B, 두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A는 두 차례 경우를 주어 실험했는데 첫 번째는 ‘북국곰을 생각하라’는 말을 들은 다음 생각나는 것을 말하도록 했습니다.(이를 편의상 ①이라 하겠습니다.) 그 뒤 이들에게 ‘북극곰을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듣고 생각나는 것을 말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를 편의상 ②라 하겠습니다.)


그룹B도 두 차례 경우를 주었는데, 그룹A와는 반대로 처음에 ‘북국곰을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듣고 생각나는 것을 말하도록 하고(이를 ③ 이라 하겠습니다.), 그런 뒤에 ‘북극곰을 생각하라’는 말을 듣고 생각나는 것을 말하도록 하였습니다.(이를 ④라 하겠습니다.)


①~④는 5분 동안 그 시간에 참가한 사람들이 북극곰 생각을 한 횟수를 측정하였습니다.

이 중 북극곰 생각을 가장 많이 한 것은 어디였을까요?

아기 북극곰은 귀엽습니다. 출처 동아사이언스

결과는 ④의 경우가 북극곰 생각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고 하네요. 다시 말하면 북극곰 생각을 일단 참는 과정을 거친 후 북극곰에 대해 생각했을 때 가장 많이 떠올랐던 것입니다. 또 이 실험에서 북극곰이 머리에 떠올랐을 때 벨을 울리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 북극곰 생각을 하지 마라’는 지시를 받은 상황에도 사람들은 5분 동안 5회 이상 벨을 울렸다고 합니다.


이 현상은 북극곰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반대로 북극곰을 계속 생각해야만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뭔가를 생각하지 마라 ’고 할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생각하라’고 하는 편이 좋다고 합니다. 위 실험 중 ③의 경우, ‘북극곰이 떠오르면 빨간색 폭스바겐을 생각하라’고 지시했더니 북극곰을 생각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잘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스케일링할 때 다른 생각을 하도록 해봐야겠습니다. 솔직히 요즈음 체중 감량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왜 그렇게 먹을 것이 많이 떠오르는지요. 그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좋아하는 책을 찾거나 TV채널을 찾아 생각을 돌려보는 것이 좋을 듯한데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십시오.

이전 24화 왜 아프면 욕이 나올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