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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범덕 Oct 18. 2023

유기화학과 술

진 토닉과 유기화학 합성

저는 솔직히 술을 무척 좋아합니다 .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 비겁해졌습니다. 그것은 술을 마시되 최대한 약하게 농도를 낮추어 마시는 것이지요. 저와 함께 술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이 술을 권하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물론 아직도 기운 넘치는 젊은 주당들은 아주 - 조금 자존심 상하는데요 - 우습게 생각하고, 자기들 입맛대로 ‘소맥 ’도 마다하고 소주잔을 스트레이트로 털어 넣고 있습니다.

제가 마시는 술은 진토닉을 변형해서 진(gin)’ 대신 소주를 넣는 방식으로 요새 도수가 16도 정도인 소주로 보면 아주 도수 약한 칵테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취기는 오릅니다. 대신 후유증이 오래 갈 정도가 아니기에 제가 무척 즐기고 있습니다.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이신 이종호 박사께서 2007년에 출간한 ‘노벨상이 만든 세상’에 보니 이 진토닉이 바로 유기화합물의 합성으로 나온 키니네란 말라리아 특효약을 섞은 칵테일이란 점이 눈에 띄어 술얘기를 드렸습니다.

인류는 원래 아프게 되면 천연물에서 채취하여 아픔을 달래고, 치료제로 써 왔던 것은 아실 겁니다. 감기로 열이 나면 버드나무껍질을 가루로 만들어 먹어 오고, 다시 이를 쪄서 복용하여 오다가 여기에 있는 살리실산을 추출하여 합성한 것이 ‘아스피린’으로 천연물에서 합성한 유기화합 약품의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진토닉은 진에 말라리아약인 키니네와 탄산음료를 섞은 칵테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키니네를 넣지 않고 키니네 향만을 섞었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도 키니네 함량은 법으로 규제를 한다고 합니다. 사실 키니네는 우리들 어릴 때에는 ‘금계랍 ’이라고 해서 애기들 젖떼려고 엄마가 젖에 바르는 약으로 아주 쓴 맛이 나서 진토닉도 쓴 맛이 난다고 하는데요. 요새 진토닉은 달기만 합니다.

그러니까 인류는 이스트, 곰팡이, 버섯, 버드나무와 같은 생명체에서 비타민, 페니실린, 무수카린, 아스피린 같은 유기화합 약품을 개발한 것입니다 .
여기에는 로버트 우드워드(Robert Woodward)라는 천재과학자가 나와 자연적인 과정을 통해서만 만들어지던 화학물질을 실험실에서 합성할 수 있게 된 계기를 마련한데 힘입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 분은 연구자체의 우수성에 즉각적으로 산업에 응용할 수 있어 제약회사들이 다투어 연구비를 지원하여 의약품제조에 큰 획을 그었다고 합니다.

우드워드가 활동한 20세기 중반부터 새로운 순수화합물의 합성방법들이 도입되고, 1990년대 들어서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화합물 합성을 디자인하고 개발하게 되어 수천만 종의 유기화합물이 탄생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시기 여류과학자로 이름을 떨친 거트루드 엘리온(Gertrude Elion)이란 분은 피땀어린 노력으로 우연히 찾게 되는 특효약 발견체계를 탈피하는데 앞장을 서 헤르페스 바이러스 약제, 백혈병 치료제와 화학요법의 개발 등에 힘을 쏟았습니다. 특히 핵산연구에 있어 DNA와 RNA 개념조차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데닌과 구아닌을 가지고 푸린물질을 개발하여 당시 장기이식의 거부반응을 해소할 수 있는 ‘알로푸리놀’을 개발하였습니다. 이것으로 어려웠던 신장이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말이야 쉽지 이러한 과학자들이 아무런 설계도나 지도도 없는 상태에서 천연물로 수많은 조합을 통하여, 그 과정에서의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찾아낸 신약은 오늘도 내일을 모르는 환자들에게 구원의 손길로 오지 않습니까? 이를 생각하면 절로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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