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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범덕 Oct 13. 2023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을 때

디지털 건망증

지난해 말 스마트폰을 분실한 적이 있었습니다.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생맥주를 마신 뒤 택시를 불러타고 집에 왔는데요, 무언가 허전해서 찾아보니 스마트폰이 안보이더군요. 그때부터 멘붕이 왔습니다. 내내 불안해지기 시작하면서 머릿속이 갑자기 하얘지더군요. 술도 그리 많이 마시지도 않았고 일행도 단출하니 둘이었는데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 옷마다 주머니를 여러 번 확인했는데 폰은 보이질 않더군요.


틀림없이 흘린 모양인데 들린 곳은 저녁 먹은 식당과 생맥주 마신 카페 뿐입니다. 또 하나 가능성은 집에 올 때 부른 택시입니다. 어디에서 흘렸나?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군요. 그렇다고 그 시간에 누구하고 상의해 볼 수도 없었습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도 집에 유선전화기도 없으니 연락할 방도가 없었을 뿐 아니라 전화기가 있다 해도 연락할 전화번호를 모르니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밤새도록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내일 알아봐야겠다 했는데, 내일 점심 약속이 떠오르고 나니 밥 먹기로 약속만 했지 식당을 정하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일이 계속 꼬이더군요.


별 수 있나요? 그렇게 맨붕상태로 밤을 지새우고 아침에 사무실에 나가서 우리 사무실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말했지요. 그리고는 아침 시간은 어려울 테니 점심쯤 어제 저녁 먹은 식당에 알아보고, 거기 없으면 오후 늦게 카페와 택시를 수소문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점심 약속한 분께 연락이 오면 약속 장소를 받아놓으라고 이르고는 저는 볼 일을 보러 나갔더랬습니다 .


한참 뒤 사무실에 돌아오니 폰이 책상 위에 놓여있었습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얘길 들어보니 점심 약속한 지인께서 식당을 알려주려고 전화를 했더니 어제 제가 탔던 택시 기사가 받더랍니다. 제가 어제 흘린 것이지요. 그 분 주선으로 택시 기사께서 우리 사무실에 폰을 가져다준 것이지요 . 얼마나 고맙던지요.


디지털은 우리생활을 편리하게 해주었지만, 그만큼 기억력은 감퇴되고 있다. 출처_헬스조선


이 일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반성도 많이 했고요.

여러 해 전 , 아내도 수원에서 폰을 잃어버렸습니다. 못찾았지요. 그때 경험으로 아내는 우리 가족 전화는 단축 키를 쓰지 않는답니다. 왜냐구요? 전화번호를 머리에 넣어두려는거지요. 전화번호 열한 자리를 모두 하나하나 입력하면 잊어버리지 않게 되어 비상시 아이들에게 연락이 될 거라는 겁니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이나 처음 본 상품 가격 등은 단기기억으로 저장되나 곧 잊어버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단기기억도 거듭하게 되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어 잊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사실 저도 아내의 전화번호 하나만 간신히 알고 있을 뿐 아이들 번호는 모릅니다. 옛날 웬만한 전화번호는 저절로 나왔는데 이젠 깜깜한 게 사실입니다.


2023년 1월호 Newton에 현대인의 디지털 건망증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거기에 소크라테스가 글자의 발명으로 사람들이 메모를 하게 되자 사람들의 기억력이 감퇴될 것을 걱정했다고 한다네요 .그와 함께 캐나다의 Wilfrid Laurier대학 신경과학자 로리 맨웰 교수가 디지털 기기에 대한 현대인의 의존이 뇌를 비정상적으로 만들어 나타나는 현상을 연구하여 발표한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로리 교수는 디지털 기기 의존이 최근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선행성 건망’과 과거의 일을 생각해 내지 못하는 ‘역행성 건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2060년대에는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치매가 4~6배 늘어날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측도 하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글자의 발명으로 메모를 하게되자 기억력이 감퇴할 것이라고 했어요. 출처_한국강사신문


사실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자신 뿐만 아니라 가까운 가족에게 큰 짐이 된다는 사실은 끔찍한 일입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바로 치매에 걸리는 일이라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으니 디지털 기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삼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나친 걱정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가을, 미국의 바이오젠과 일본의 에자이라는 두 제약회사가 만든 ‘아두헬름’이라는 치료제가 미국FDA로부터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긴급 승인을 받았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뒤이어 로슈, 일라이릴리 등의 제약회사가 치료제를 승인 신청하여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어 곧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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