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기억의 관계
저와 아내는 요즘 자주 잊어버리는 일로 걱정을 합니다.
‘이거 치매 아니야?’ 하고 걱정하는 일이 저뿐만 아니라 아내의 입에서도 자주 나옵니다. 그만큼 치매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아들가족과 여름휴가를 가서도 깜빡하는 일이 생겨 그만 입버릇처럼 치매 아닌가 하는 소리가 나와 민망한 적이 있었지요. 나이가 들면서 걱정하는 일은 어찌 되었든 자식들에게 부담주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아주대학교의 유명한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는 나이 들어도 기억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의 강의를 들으면 나이 들수록 경험하는 일이 많아져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을 꺼내려면 새로운 경험에 의한 기억들이 간섭하는 바람에 정작 찾으려는 기억을 쉽게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지 기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경험이 많을 수 없는 어린 아이들은 기억을 잘해내는데 비해, 나이들은 사람들은 오히려 기억을 잘해내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2023년 7월호 Newton에 나이 들어도 생각해 내는 기억과 생각해 내지 못하는 기억에 관한 기사가 있어 알려드립니다.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우리 뇌에 정착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을 ‘해마’라고 합니다. 이 해마는 눈, 귀, 입 등 다양한 감각기관에서 얻은 정보가 들어와 저장되는 곳입니다. 중요한 기억은 1개월에서 수개월 저장되었다가 대뇌피질에 고정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해마영역이 위축된다네요. 그것이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해마는 특정시간과 장소와 결합된 기억, 즉 ‘일화(逸話 )기억’을 만들고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렸을 때 친구를 잃었다 .’는 기억은 일화기억의 하나로 쉽게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비하여 자전거 타는 법이나 피아노 연주 같은 기억도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이런 기억은 해마와 관련이 없이 기저핵과 소뇌에 저장되는 ‘절차기억’이라고 하는데 나이와 그리 연관이 없다고 합니다.
또한 소방차는 빨갛고 사이렌을 울린다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지식으로 대뇌피질에 고정되는 기억으로 ‘의미기억’이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나이 영향이 없다고 합니다.
‘단기기억’은 나이와 무관하게 쓸 당시에만 필요한 것으로 쉽게 잊히는 기억이라서 나이 들지 않은 젊은 사람도 금세 잊게 되는 기억입니다. 어제 저녁식사로 무엇을 먹었다든지 어떤 음식점 전화번호 같은 정보는 단기기억으로 굳이 기억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에 잊혀진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볼 때 나이와 함께 나타나는 기억력 저하는 불편하더라도 일상생활하는 능력 자체는 유지되는 경우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침밥을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를 기억 못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분명히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기억장애라 할 것입니다. 우울증 또는 치매 등의 질병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경과나 정신과 등의 진단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