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일을 하고 있던 어제 오전이었다, 믿기 힘든 비보가 날아든 것은. 아니, 사실은 믿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었다. 하루종일 알게 모르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서둘러 퇴근하여 집으로 향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야옹. 이상하게도 현관까지 마중 나온 성격 더러운 우리 집 고양이를 보고 나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 녀석을 한참이나 쓰다듬다 문득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켰다. 세어 보진 않았지만 열 번 정도는 봤을 정도로 사랑한 드라마였다. 언제나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그런 드라마였다. 내일 아침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은 채 나는 밤을 새워 드라마를 봤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왜 나는 이 드라마를 이렇게 사랑하는 걸까. 대체 이유가 뭘까. 새벽 어스름이 찾아왔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나는 이 드라마를 사랑할 수밖에 없노라고.
끝이 보이지 않던 기나 긴 무명배우 생활을 이겨내고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우뚝 선 배우. 아무도 읽지 않던 글쟁이에서 이제는 광화문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부문에 터줏대감이 된 작가. 곧 해체를 앞둔 만년 적자 아이돌에서 역주행의 기적을 써낸 아이돌까지. 난 이처럼 기나긴 어둠을 뚫고 한 줄기 빛을 움켜쥔 그들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아저씨'는 그 짙은 어둠과 밝은 빛 모두, 이야기 구석구석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를 모두 보고 나자 남자 배우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가 되었다.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 가며 출근 준비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살아가자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 이 드라마가 하는 이야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