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솔직히 고전 명작들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통찰력을 지닌 문장이다. 읽는 순간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지며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그런 문장.
개인적으로 이 문장이 말하는 행복한 가정의 조건은 책임감에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가정은 어떤가? 모든 가족 구성원이 본인의 책임을 다 하는 가정이다. 부모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은 부모를 존중하며, 부부는 서로를 아끼는 그런 가정. 더 나아가 가장은 생계를 유지하고, 아이들은 엇나가지 않고 최대한 바르게 자라고, 가사가 방기 되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적절히 이뤄지는 등 나열할 수 없이 많은 책임들이 지켜지는 그런 가정 말이다. 모두가 책임을 다하고 있고 그 책임이라는 것이 대부분 크게 차이 나지 않기 때문에 행복한 가정들은 대개 엇비슷하다.
반면 불행한 가정은 어떠한가? 저 수많은 변수들 중 하나만 어긋나도 그 가정은 불행해진다.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있다면, 부모를 존중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면,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 가장이 있다면. 그러면 그 가정은 아주 손쉽게도 불행한 가정이 된다. 따라서 모든 책임들이 행해지는 것, 모든 구성원이 책임감을 가지는 것. 그것이 행복한 가정의 조건이 된다.
어렸을 적 우리 집은 어땠을까? 아무리 좋게 봐줘도 행복한 가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책임져지지 않는 생계와, 서로 아끼지 않는 부부, 그리고 부모를 존중하지 않는 아이들 등등. 꽤나 많은 책임들이 지켜지지 않았던 그런 가정이었다. 그렇기에 우리 집은 불행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부터 누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한결같이 대답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요.' 그리고 그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책임을 다 하는 그런 행복한 가정을 꿈꾼다면, 너무 허황된 꿈일까? 글쎄. 그래도 꿈은 꿀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