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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과거를 사랑하는 법

by 비비디


살면서 수많은 후회를 했다.


그때 집을 살걸, 그때 이 주식을 팔걸, 그때 비트코인을 살걸. 내 선택으로부터 비롯된 많은 후회들이 있었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좀 더 나은 삶이나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내 과거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 내내 이어진 반지하 생활과 지저분하고 낡은 옷, 그리고 김치와 밥만 있는 도시락. 긍정적인 사람에게도 퍽 힘든 환경이었을진대 나는 딱히 긍정적이지도 않았다. 내가 우울한 사람이었기에 우울한 삶이 주어진 것인지, 아니면 삶이 우울했기에 내가 우울해진 건지. 답을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는 무의미한 질문 속에서 나는 불행의 늪에 빠져 사는 사람이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무엇인가, 누군가를 만났다.


이 정도면 행복하지. 이게 행복이구나. 살면서 처음 든 생각이었고 그런 내가 신기했다. 이따금 늦은 밤이 되면 후회가 되는 선택들과 불행한 과거들이 나를 괴롭힌다. 그때 이런 선택을 할걸. 그때 이런 환경이 아니었다면... 그런 생각이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나는 한 가지 질문에 가 닿는다.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내가 그런 나쁜 과거를 가지지 않았다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만날 수 없지 않았을까? 나에게 행복을 주는 이들을 못 만나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내 과거도 사랑하게 되었다.


비록 내가 살아온 과거와, 환경과, 그 과정들이 썩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런 내 삶의 주름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그래서 내 사랑과 행복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현재의 그들을 사랑하기에 내 삶의 씨줄과 날줄 한 가닥 한 가닥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들은 내 현재와 미래뿐만 아니라 과거까지 바꾸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불행한 과거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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