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가 문장에서 차지하는 성분을 토대로 영어를 해석하자고 주장하는 본인인데도 단어의 의미를 기본으로 해석하던 옛 버릇이 자꾸 튀어나온다. 다음 아래 글을 읽다가 "do가 명사야? 명사가 될 수 있었단 말이야?" 하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A bricoleur makes do by adapting the bricoles of the world.
단어의 뜻은 일단 무시하라.
여기서 주어는 A bricoleur이고 동사는 makes이다. 그러면 makes 뒤에 나오는 do는 목적어이다. 목적어는 형용사 아니면 명사 밖에 올 수 없다. 그리고 make라는 동사는 명사를 목적어로 취하기 때문에 do는 여기서 당연히 명사가 되어야 한다. (물론 여기서 do가 '동사원형'으로 쓰인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사원형은 동사적인 의미만 가지고 동사역할을 하는것은 아니다. )
하지만 옛 버릇 때문에 그리고 do라는 단어를 불완전하게 알고 있는 지식 때문에 난 잠시 갈등했다.
"do는 분명히 동사인데... do가 명사의 의미도 갖는다고?!!!"
그리고 사전을 찾아봤다. do는 엄청난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명사적인 의미도 있다고 천리만리 되는 기나긴 리스트의 맨 마지막에 나와 있었다.
do가 명사로 쓰일 때는 이런 의미를 갖는다.
1. 마땅히 해야 할 일
2. 머리 모양 (보통 hairdo로 많이 쓰임)
3. 파티나 사교적 모임
do의 기본 의미는 '수행하다'이다. 명사적 의미도 이 기본 의미에서 파생된 것으로 쉽게 뜻을 짐작할 수도 있다.
결국 여기서 'make do'의 의미는 무언가를 수행하다는 의미인데, 충분치 않은 자원을 이용해서 무언가를(마땅히 해야할일) 한다는 것이다. make가 뭔가 넉넉치 않은 상황에서 일을 수행한다는 의미를 주는것 같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로 문장을 해석한 다는 것은 그 단어의 모든 사전적 정의를 알고 있다는 무지에서 출발한다. 어떤 인간도 모든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다 알지 못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는 단어의 의미로 문장을 해석하는 습관을 완전히 탈피하고 단어가 문장에서 갖는 성분(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으로 해석하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옛 습관은 무섭다. 의식하지 못한 순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