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두번째 학교 방문날이다. 몇 사람에게 물어물어 겨우 운 좋게 타라의 교실에 찾아 들어갔다. 타라와 아침인사를 하고 나의 전용 자리에 앉아 있는데 중국인 학생 슈엔유가 피곤한 얼굴로 들어온다.
난 200%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슈엔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니, 인사를 왜 안 하지? 내 말 씹나? 아니야... 아마 아직 영어가 서툴어서 그럴꺼야.'
마음을 곱게 다잡고 아이패드를 집어서 교실을 나가는 슈엔유를 불러 세웠다.
"너 이름이 뭐니?" 뭐라고 하는데 잘 못 알아들어서 종이에 이름을 써달라고 했다. 꼭 기억하고 다음번에는 이름부르면서 인사를 해줘야 겠다.
첫 수업은 과학수학시간이었다. 비율을 공부하는 시간이었는데 아이들의 실력차가 너무 크다. 어떤 아이들은 식은죽 먹기처럼 하고 어떤 아이들은 이상한 답을 써 놓고 어떻게 할지 몰라 쩔쩔맨다. 이 수학시간은 철저히 개인주의 수업이다. 모든 학생이 4명씩 조별로 그룹으로 앉아 있는데도 말이다. 슈엔유는 너무 당당하게 비율 문제를 풀고 있다. 아침에 타라 교실에서 집어갔던 아이패드로 모르는 단어와 표현을 찾아가면서 수학문제를 푸는 모습에 나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어 보였다.
나는 에네스 옆에 앉아서 에네스를 도와주었다. 에네스는 나의 설명을 단번에 알아듣고 다음문제를 혼자서도 잘 해결한다. 수학선생님이 답을 전체적으로 확인할때 발표도 한다. 학생들은 모두다 발표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하지만 답을 잘 모르면 그들은 움츠러 들고 다른 사람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엔 창피해서 발표를 더 기피한다는 것을.
뭔가 애매해서 머릿속에 잡히지 않던것이 확 잡힐때 느끼는 그 희열때문에 발표를 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답이 정해져 있는 발표가 학생들의 배움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스럽다.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의 잘남을 뽐내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수학선생님은 정답보다는 왜 그런 정답이 나왔는지 아이들의 사고 방식을 알아보는 질문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 사고 방식도 몇 가지로 정해져 있었다. 모두가 다 확실하게 알고 나서 수업진도가 나간다면 진도 빼기는 무척 어려울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다 안다면 그 누구도 '난 바보야'라는 생각에 위축되지는 않을것이다.
모두가 다 배우고 더 잘 배우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수업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