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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Oct 30. 2022

코비드 업데이트 부스터 샷 후유증

금요일에 코비드 업데이트 부스터 샷을 맞았다. 맞은 직후 팔에 오는 감각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난 아무 약도 먹지 않았다. 결국 새벽에 아파서 잠에서 깨어났다. 약을 주섬주섬 챙겨서 먹고 나서야 겨우 잠을 다시 잘 수 있었다.


전동차 전복사건으로 갈비뼈 4개가 금이 가서 병원에 입원 중인 엄마는 내가 코비드 백신 맞고 약을 바로 먹지 않았다고 난리다. "백신 맞고 바로 약을 먹었어야제. 아니 왜 안 먹었냐~아? 다음에는 꼭 먹어브러라. 알았냐!" 자신의 몸이 아픈 것보다 다른 나라에서 좋다고 돈 주고 고생하는 막내딸이 아픈 게 더 속상하시나 보다.


심각한 부스터 샷 후유증은 이틀이나 갔다. 기분이 착 처지는 느낌이 가장 싫었다. 열이 나거나 감기 증상이 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온몸이 힘이 없고 그냥 침대에 자석처럼 붙어 지내야 했다.


이 고통스러운 이틀이 지난 후 일주일...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졌다.


할 일은 많지만 내가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무기력의 감정의 파도에 쉽게 익사되었다.


결국 오늘은 뭔가 이 무기력함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의 노력을 시도해야만 할 것 같았다. 아침을 30분간 달리기 운동으로 시작했다. 지도교수님이 주신 TA  과제를 할 마음이 그나마 생겼다. 하지만, 과제를 하는데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슬글슬금 또 밀려오기 시작한다. 결국 3시간 만에 무사히 과제를 끝내고 교수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내 마음속에 숨어 있는 이 무기력증에 지고 싶지 않았다. 집 근처 산책이나 할까? 아니야, 도서관에 걸어가서 책이나 빌려오자!


결국 집 근처 도서관에 가고 싶었던 5개월 전 야심을 오늘에야 실천하게 되었다.

가는 길에 나무와 낙엽 사진을 이것저것 찍었다. 내 고향에 있던 솔나무와 너무 비슷하게 생긴 나무들이 있어서 참 반가웠다.


'헤이 솔나무! 한국에도 너처럼 생긴 솔나무가 있어. 너희들 진짜 똑같이 생겼다.'


도서관 근처에 다 다르자 인도 주변에 예쁜 돌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렇게나 대충 찍어도 예쁜 것들은 예쁨을 감출 수 없다.


미스터리 섹션에서 그냥 손에 닿는 대로 책 5권을 빌렸다. 영어 책을 읽는 목적보다는 다시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와야 하기 때문이다. 집순이를 집 밖으로 탈출하게 하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책을 대출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슴인지 노루인지 모르지만 Deer를 만났다.

도로변 바로 근처까지 나온 아이들은 2명이었는데 풀 숲 근처로 가보니 3마리나 된다.

하얀 꼬리가 멋있는 놈이다. 마구마구 사진을 찍어대는 내가 신기한지 날 쳐다보고 있다. 조심스레 그들 쪽으로 발을 가까이했더니 바로 쌩 하고 도망가버린다. 도망가는 노루의 뒷모습을 허망하게 보다가 결국 난 집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노루 3마리를 한꺼번에 만난 것이 난 로또에 당첨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노루가 날 코비드 백신 후유증에서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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