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서글프게 그리운 겨울 밤이다.
겨울 밤 처럼 차디찬 나의 마음을 휴대폰에 저장된 작년 가을 사진이 조금이나마 위로해 준다. 가을이 그리운건 지금 겨울이니까 그립다. 정작 가을엔 가을을 가을답게 만끽하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못하면 영원히 행복하지 못한다'고...
친구에게 조언이랍시고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해줬다.
"너무 잔인한 말이야."
친구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해본다.
순간 순간을 모두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내 삶이 너무 싫었고,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내가 너무 미웠다. 하지만, 어떤 책을 읽고 깨달았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항상 웃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정신병에 걸린 사람이란걸. 그들은 병때문에 슬픔을 느낄 수 없다. 항상 쾌활하다. 가까운 가족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식에도 슬프지 않다. 왜냐면 항상 행복하니까.
'인사이드 아웃' 이란 영화가 떠오른다. 슬픔이 사라지면서 메모리 왕국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진정한 행복을 느끼며 추억을 쌓기 위해서는 슬픔이 있어야만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리이다. 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행복은 슬픔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 맞는 말 같다. 행복하지 않은 지금 이 순간때문에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는 이유가 생기는 거니까.
지금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 물론 내일은 행복할 꺼란 말은 아니다. 슬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해 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될 가능성이 아니다. 내일 내가 눈뜨고 숨쉴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