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행복한 인간관계'라고 한다. 50도 아직 안된 난 벌써부터 은퇴를 하고 싶다. 은퇴를 할 준비는 물론 전혀 안되어 있다. 그냥 실현가능성 없는 희망사항으로 삶이 고단하고 힘들 때 한숨을 쉬며 되풀이하는 후렴구일 뿐이다.
인간관계는 한 달에 한번 하는 엄마와의 전화통화와 가뭄에 콩 나듯 연락하는 다섯째 언니가 전부다. 가족도 나의 인간관계에 포함되는 건가 모르겠다. 아니,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아마 가족일 것 같다. 6명의 언니와 한 명의 오빠가 있어도 오직 단 한 명의 언니와 연락하고 지내는 나를 봐도 인간관계 유지가 얼마나 힘든지... 그래서 은퇴를 했어도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하는 게 인간관계인가 보다.
가끔씩 도저히 친절하게 대하고 싶어도 친절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짧은 내 인생 40년을 살아오면서 눈, 비, 바람, 얼음 등 인생의 갖가지 풍파를 겪으며 모난 구석 없이 반질반질한 조약돌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가끔씩 만나는 '불친절 제조기'인간을 보면 내 조약돌에 바늘 침 뿔이 여기저기 생기는 것을 느낀다.
물론 나에게도 문제가 있겠지만 그 사람은 문제의 99.99프로를 차지하는 것 같다. 내가 도저히 친절한 행동을 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인간관계를 잘 유지한다고 소문이 날까?
If you can’t be kind, at least be vague. —Judith Martin(미국 작가, 칼럼니스트, 에티켓 권위자)
친절할 수 없으면 적어도 애매모호한 태도를 지녀라.
이 문장은 작은 뼈대 한 개와 큰 뼈대가 하나로 뭉쳐져 있다.
접속사 + 주어 + 동사 + 형용사
[주어가 형용사인데 (주어=형용사)]
동사 + 형용사
[(넌) 형용사가 되어라]
If you can't be kind,
문장을 먼저 살펴보자. 이 문장은 문장의 뼈대가 아니다. if라는 접속사 때문이다. if는 '내 뒤에 작은 뼈대의 주어와 동사가 나옵니다. 문장의 큰 뼈대는 뒤에서 찾으세요'라고 말해주고 있다.
If 만약
[이 fㅍ] 절대 '이프'라고 2음절 한국식으로 발음하지 말자. '이'를 발음하되 윗 이빨로 입술을 깨물어 바람 빼는 [fㅍ]에는 '으' 소리를 절대 넣으면 안 된다. 바람만 빼주면 된다.
you 당신이
[유]
작은 문장의 주어이다.
can't be 상태가 될 수가 없다 (면)
[캐엔 ㅌ 비] can에 강세가 있다. 그래서 캔을 캐엔 이라고 표시했다. 강세는 크게 말해도 강세지만 무조건 길게 해 주면 강세가 들어간 것처럼 들린다.
You are not kind와 You can't be kind의 차이는 무엇일까. 영어에서 모든 현재시제 동사는 보통 '일반적인 사실'을 나타낸다 (과거, 현재, 미래 항상 ~한다). 그래서 You are not kind 하면 [당신은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다]라는 팩트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can이라는 동사가 양념처럼 들어가서 주어에 대한 팩트가 아니라 주어의 '능력이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로 마술처럼 바뀌게 된다. 넌 원래 친절한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대신, 넌 친절할 능력과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 못하는 것뿐이야 라는 의미가 된다.
kind 친절한
[카인ㄷ] 마지막 'ㄷ' 발음을 '드'라고 발음하지 않고 바람만 빼주는 게 중요.
어릴 적 엄마는 나에게 '좋은'남자와 결혼하라고 했다. 좋은 남자가 어떤 남자냐고 묻자 엄마 왈, "친절한 사람이제." 친절한의 사전적 의미: "다른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좋은 행동을 하는 천성적 기질이 있는"
can't를 가장 길게 발음해 줘서 강세를 팍 넣어주고 be는 아주 약하게 발음해 준다.
나의 천성적인 친절한 기질을 죽이는 사람들... 나도 같이 못된 사람이 되면 결국은 나만 성격 더러운 사람이 된다. 그럼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at least 적어도
[앹] [리이ㅅㅌ]
[ㅅ ㅌ ]를 [스트]라고 발음하지 말 것!
이 두 단어는 항상 같이 다닌다. 그래서 한 단어라고 생각하고 외워야 한다. 이제 문장뼈대의 주어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엉뚱한 단어가 나오고 있다. 이 단어는 부사이다. 영어의 부사는 정해진 자리가 딱히 없어서 아무 데나 정말 "지 마음대로" 나온다. 그래서 영어를 배우는 우리를 골탕 먹인다. 부사는 보통 육하원칙에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에 해당하는 모든 것이라고 보면 된다.
be ~한 사람이 되어라
[비이]
이것이 문장 큰 뼈대의 동사이다. 앞에 나온 be와 여기서 나온 be는 같은 의미이지만 여기서는 강세가 들어갔다. 왜냐하면 앞에 if you can't be kind에서 나온 be는 의미는 없고 문법적인 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나온 단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be는 문장의 큰 뼈대 동사이면서 '어떠한 사람이 돼라'라는 주요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어이다. 그래서 '비'보다는 '비~이'이라고 발음해 주는 게 좋다.
vague 애매모호한
[ㅂvㅔ이ㄱ]
우리나라에 없는 v 발음이다. 아랫입술을 깨물어 발음해줘야 한다. 마지막 ㄱ 발음을 '그'로 발음하지 말 것.
at least be vague.
애매모호한 사람이 되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vague의 기본 의미는 "왔다 갔다 확실성이 없는, 정확하게 꼬집지 않는, 텅 빈"
내 마음을 비우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 확실하게 평가하지 말라는 의미인 것 같다. "저 사람 어때요?"라는 다른 사람의 질문에는 '에... 뭐 좀 그렇죠 뭐."라고 대답하고, '불친절 제조기'인간이 마구 내뿜는 독기든 말들은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그 말이 내 가슴에 확 꽂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이 뭐든지 그냥 "뜨뜻미지근하게" 반응하는 것.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란다. 결국 불친절한 사람은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무관심으로 대하라는 말인 것 같다.
짧은 내 인생 나의 에너지와 관심을 필요로 하는 곳은 너무 많다. 이 유한한 자원을 값어치도 안 되는 사람에게 낭비할 수는 없다. 미움의 에너지는 엄청나다. 미움은 사랑의 다른 얼굴일 뿐이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죽도록 미운 사람 얼굴을 떠 올려보자. 그 사람을 사랑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에 대한 신경은 꺼 두는 게 좋다.
강세가 들어가는 단어들은 모음을 길게 발음해 준다.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장 많이 담긴 단어는 가장 길게 발음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