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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해도 안되는 것

ENL 영어 캠프

by Sia

미국 초등학교 1학년 영어 캠프 봉사활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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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곱슬 머리에 토끼 귀 묶은 머리를 한 쉬리니카. 캠프 이틀째 날까지만 해도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개인사정으로 인해 캠프 첫날부터 참여를 못한 케년 선생님이 셋째날 아침에 등장했다. 넷째날, 쉬리니카는 쉴새 없이 케년 선생님을 부르기 시작한다.


이틀 전 아이들은 미술 선생님과 함께 해파리를 그렸다. 크레용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물감으로 색칠했다. 오늘은 해파리 그림의 프레임을 만들어 완성하는 날이다. 크레용과 색종이로 꾸민다. 쉬리니카는 말없이 집중한다. 데코를 다 끝낸 후 초롱초롱한 목소리로 크게 케년 선생님을 부른다.


"미스터 케년! 저 로켓을 만들었어요. 로켓 뒤에다 나비도 숨겨두었어요. 여기와서 보세요."

케년 선생님은 쉬리니카를 따라가서 말 폭포수로 쉬리니카를 흠뻑 적셔준다. 케년 선생님의 칭찬과 관심에 쉬리니카의 입이 귀에 걸린다. 초롱초롱한 두 눈은 더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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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시간. 비가 오지 않아 아이들은 신나게 줄지어 놀이터로 놀이터로 간다. 가지각색의 물병이 모든 아이들의 손에 달려있다. 다른 여자아이들과 함께 한참 놀던 쉬리니카, "미스터 케년! 저 타이어 그네 타고 싶어요. 밀어주세요!" 케년 선생님은 힘차게 타이어 그네를 밀어준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색깔 고무찰흙을 이용해 아이들은 게를 만든다. 핑크색으로 깜찍한 게를 훌륭하게 만든 쉬리니카는 게를 보여주려고 케년 선생님을 찾아간다. "미스터 케년! 제가 만든 게좀 보세요." 케년 선생님은 훌륭하다며 쉬리니카를 칭찬한다.


노오란 스쿨버스까지 아이들을 배웅하고 다시 교실에 들어왔다. 엠마 선생님도 뒤따라 들어오다. 쉬리니카가 케년 선생님을 엄청 따르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더니 엠마왈, "아이들 중에는 유독 남자선생님들에게만 마음을 여는 아이들이 있더라구요."


엠마 선생님의 말을 듣자 마자 절망했다. '난 어쩔수 없구나. 잘못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어.' 순간 내가 선택할수도 없는 운명에 대한 죄책감이 든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인생에는 생각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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