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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1 남학생이 삶이 힘들어 하고 싶은 이것

ENL 영어 캠프

by Sia

미국초등학교 1학년 영어캠프 봉사활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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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옴은 엠마 선생님이 자기는 발표 안 시켜준다고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한숨을 푹푹 쉬며 집으로 돌아갔다. 어제는 캠프에 오지 않았다. 발표기회를 받지 않은 것 때문에 상심해서 안 나오나 걱정이 됐다. 하지만 오늘 아침 옴이 다시 나타났다.


옴 옆자리에 앉은 맥에게 swim 철자를 가르쳐주고 수영얘기를 하고 있는데, 옴이 갑자기 끼어든다. "나도 수영 못 해요. 수영은 너무 무서워요. 어떻게 사람들이 수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나는 옴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맞아, 나도 수영 못하겠더라. 코에 귀에 물도 들어가잖아." 그런데 옴이 내 말을 반박한다.


"코에는 물 안 들어가요." 하면서 엄지와 검지로 두 콧방울을 잡는다. "이렇게 하고 수영해서 코에는 물 안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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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래. 맞아."


아침 공부와 스쿨버스 안전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아이들은 각자 물병을 챙겨서 놀이터로 향한다. 옴은 다른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지 않고 케년 선생님 옆에서 재잘거린다. 옴의 말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다. 1학년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어휘력과 내용에 '오마이~'가 저절로 나온다.


45살의 케년 선생님이 자기 또래인 마냥 옴은 의자에 앉아 있는 케년 선생님의 어깨에 왼손을 얹어놓고 이야기를 주고받는가 하면, 자신의 팔을 아예 케년 선생님 목에 걸친다. 케년 선생님이 믿기지 않는 말을 하면 두 손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케년 선생님의 얼굴을 감싸면서 "오 맨~!" 한다.


옴을 이번 캠프에서 처음 만난 케년 선생님도 옴의 어휘력에 놀란다. "너 똑똑하지?" 케년 선생님이 옴에게 묻는다. 옴은 손사래를 치면서 "똑똑한 근처에도 못 가요."


옴의 대답에 난 빵 터진다.

"옴, 책 읽는 거 좋아하니?"

옴 왈, " 괜찮아요"


절대 Yes나 No로 대답하지 않는다.

"형제는 있니?"

"누나가 있는데 좋아하지는 않아요."


한참 재미있게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말거리가 끊겼다.


"난 죽고 싶어요. 삶이 너무 힘들어요."

케년 선생님, 엠마 선생님, 나도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순간의 정적이 흐르고 옴이 다시 화제를 바꿨다.


"전 태권도 배워요. 태권도는 방어목적으로 배우고 있죠." 그리고 혼자서 태권도에 관한 일장 연설을 시작한다. 케년 선생님과 나는 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라워 두 눈을 연신 마주친다. 결국 엠마 선생님은 옴이 다른 또래친구들과 놀게 놀이터로 보낸다.


놀이터 시간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면서 옴에게 말을 붙인다.

"옴, 태권도하면 한국말 배워. 하나, 둘, 셋! 나 한국사람이야."

"오우~ 맞아요. 하나, 둘, 셋!"


다른 친구들이 일열로 종대 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데 옴이 나에게 말한다.

"난 테슬라를 갖고 싶어요."

"테슬라? 너 운전 못하잖아?"

대답은 안 하고 옴은 활짝 웃기만 한다.


교실로 들어간 후 간식을 먹기 위해 아이들은 줄을 서서 손을 씻는다. 옴, 바이런, 그리고 바렉 세 남자아이가 나란히 서 있다가 바이런이 말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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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옴, 죽고 싶다는 말은 나쁜 말이야. 그런 말 하면 안 돼."

바렉은 조용히 옴과 바이런의 얼굴을 왔다 갔다 지켜본다.

옴은 바이런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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