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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원은 이곳

ENL 캠프

by Sia

미국초등학교 1학년 영어캠프 봉사활동기


비가 오지 않아 외부 놀이터에서 자유시간을 갖는다. 땡볕이어도 아이들은 그네, 미끄럼틀 등 가지각색 놀이를 힘껏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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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아이들이 만든 바다생물: 문어와 불가사리]


알리시아는 다른 여학생들과 함께 놀지 않고 혼자서 그네를 탄다. 핑크색 물병을 그네 기둥 밑에 두고 하늘 높이 있는 힘껏 발을 구른다. 잠깐 다른 아이들을 보다가 알리시아 쪽으로 눈을 돌렸는데 그네에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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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가 순식간에 텅빈 그네로 달려간다. 데이비드의 뒤를 따라 제이든과 로이가 뛴다. 그네는 모두 네 개. 하지만 마지막 그네에는 큼직한 빨간 의자가 넣어진 아기 그네다. 데이비드 무리는 모두 하나씩 그네를 차지하고 신나게 타기 시작한다.


알리시아가 다시 등장했다. 세 명의 남자아이들을 말없이 지켜보기만 한다. 한 순간 데이비드가 그네에서 내려왔다. 그러다가 바로 다시 그네를 탄다. 알리시아는 데이비드 근처로 가서 데이비드를 지켜본다. 로이가 알리시아에게 자기 옆에 있는 아기 그네를 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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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No라고 말하면서 알리시아는 온 몸을 비틀기 시작한다. 데이비드에게 자기 그네라면서 빨리 내려오라고 알리시아가 조른다. 결국 데이비드는 그네에서 내려오고 왼쪽에 있는 더 큰 아이들 그네로 옮겨간다. 로이와 제이든도 데이비드를 따라간다. 알리시아는 함박웃음꽃이 되어 그네를 타기 시작한다.


남자아이들은 그네를 제대로 못 탄다. 그네가 너무 높이 달렸다. 몇번 더 시도해보지만 너무 높이 달려 무섭다. 제이든이 알리시아에게 가서 그네에서 내려오라고 말한다. 하지만 알리시아는 전혀 내려올 기분이 아니다. 제이든은 그네 기둥 밑에 있는 알리시아의 핑크색 물병을 들었다. 물병을 가져가겠다고 협박한다. 알리사아의 얼굴이 무너진다. 결국 제이든은 물병을 제자리에 두고 다시 남자아이들이 있는 그네터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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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지나지 않아 셋 남자아이가 다시 알리시아에게 온다. 갑자기 알리시아가 금방이라도 울듯이 그네에서 내려와 내 쪽으로 달려온다. 남자아이들은 다시 셋이서 나란히 그네를 탄다.


“알리시아, 괜찮아? 무슨일이야?”

“제이든이 나보고 피기래요 ”

앙상한 뼈에 살만 겨우 붙은 다른 여학생들에 비하면 알레시아는 통통한 편이다. 그래도 뚱뚱하지는 않다. 알리시아가 돼지라니. 알리시아와 피기를 연관짓는것을 생각해낸 제이든의 언어능력에 입이 벌어진다.


알리시아의 얼굴을 보니 피기 소리를 들은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보다.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남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쉽게 만들어내고 사용하는 인간의 모습은 놀이터가 기원이나 보다.


한 교육학자는 말했다. “ 놀이터는 학교에서 배움과 생활의 핵심축이다. 교실 자체는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메세지와 같은 교사의 지시가 있는 이중적인 공간으로 어떤 학생들은 순종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고 다른 아이들은 수업에 참여하는것을 아예 거부한다. ” 교실이 아니라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진짜 배움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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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움이 어린 새싹 아이들의 자아 정체성에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오늘 알리시아가 배운 내용이 평생 상처로 남게 될것 같아 마음이 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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