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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영단어 공부법 피해자

by Sia Sep 26. 2023

날씨가 쌀쌀해진 요새 이젠 밤에는 제법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자야한다. 며칠 전 남편에게 솜 이불을 꺼내 오라고 했다. 진공포장지로 돌처럼 싸놓아둔 이불을 가지고 와서 포장지를 뜯는데 콧 노래를 부른다. 


"Now, I have a free bag."

브런치 글 이미지 1


정장 자켓이 수없이 넘쳐나는 남편은 제철이 지난 정장은 진공포장지로 옷을 보관해둔다. 하지만 옷은 너무 많고 진공포장지는 얼마 없어서 포장지 하나하나가 아까운 상황이다. 그래서 자신의 옷을 보관할 수 있는 포장지 하나가 더 생긴것에 너무 행복해진것이다.


그런데, 나는 free를 '공짜'라고만 생각하고 그런 남편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진공포장지를 돈 주고 샀으면서 왜 공짜라고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그래서 바로 남편을 다그쳤다. 그랬더니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하는 말, "공짜가 아니라 '해방된 노예'라는 의미의 free를 말한 거야."

free의 어원은 "뭔가로 부터 면제된, 구속이 되지 않은,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단어를 처음 배울때 "free- 무료, 공짜"로 달달 외웠다. 물론 '자유로운'이라는 의미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free라는 말을 들었을때 자동적으로 그 즉시 내 뇌리에 박힌 free의 첫번째 의미만 나오게 된것이다. 


free라는 단어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그 의미들은 모두다 이 어원에서 파생된 의미들이다. 그리고 무료, 공짜라는 의미는 free의 기본 의미가 아니라 어원에서 한참 곁가지를 뻗어나와서 생긴 의미이다. 영어단어를 공부할때 핵심이 아닌 곁가지만 죽어라 외워서 이런 상황이 생긴것 같다. 


몇 십년 영어를 공부해도 가끔씩 이런 상황이 종종 생긴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새빨개진다. 하지만 이런 실수에 부끄러워 하기보다는 왜 이런 실수를 하는지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고 원인을 파악하며 교훈을 받는것이 더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 이불킥을 하기보다는 어이없는 나를 보면서 같이 웃어주고, 나에 대해서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겠다.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암기식으로 배워온 한국식 영단어 공부법의 피해자이지만, 피해자 의식에 파묻혀 살기보다는 이런 상황을 통해 뭔가 하나라도 더 배워가는 진취적인 생각 연습을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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