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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Dec 14. 2023

번갯불처럼 깨달은 영어표현

What's up?, Hi, How are you? 

모처럼 중학교 자원봉사를 가지 않는 날. 이런 날은 자주 늦잠도 자면서 하루가 게을러진다. 그러나 오늘은 학교 캠퍼스를 가야만 한다. 집에 있던 프린터가 연기를 뿜어 사용할 수 없기에 캠퍼스 프린터를 사용해야 한다. 아침에 남편 차를 얻어 타고 캠퍼스에 가기 위해 무거운 몸을 강제로 일으켰다.


캠퍼스 도서관이 아직 열리지 않은 시각에 도착했기에 항상 개방 중인 캠퍼스 센터로 향한다. 자리를 잡고 한동안 이것저것 읽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처음엔 무시하고 나의 일에 집중했다. 바퀴 달린 수레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한 남자가 "What's up!" 하는 소리에 나의 집중이 일순간에 깨졌다.


물론 그 남자는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동료인듯한 다른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내가 공부하기 위해 자리를 잡은 곳은 브로드뷰라는 은행창구 옆이다. 요란한 수레바퀴가 들리기 전까지 내 배경음은 은행일을 보는 직원과 손님들의 대화였다. 매우 한적한 은행이라 이곳에 앉아있던 3시간 동안 손님은 3-4명 밖에 오지 않았다. 그들의 대화는 거의 비슷하게 시작했다.


"Hi"

"How are you?"

"Good morning?"


몇 시간 동안 이런 비슷한 배경음을 듣다가 갑자기 "What's up?"이라는 뚱딴지 같은 소리에 화들짝 한 것이다. 물론 What's up? 이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비격식적인 인사 표현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책"에서 읽고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what's up이라는 표현이 다른 격식을 갖춘 표현과 어떻게 다른지 몸으로 체험해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잠시 보던 책을 중단하고 번갯불에 잠시 데인 듯한 나의 감정을 추스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깨달았다. what's up이라는 표현을 원어민이 느끼는 비슷한 감수성으로 알게 됐다는 것을 말이다. 


온갖 장비와 물품을 잔뜩 싫은 수레를 밀고 들어오는 남자는 노동자였다. 은행에 필요한 뭔가를 용접해서 만들고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그의 동료는 이미 은행창구 옆에서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고, 동료를 본 남자는 그들의 문화에서 통용되는 인사인 what's up으로 친근함을 표현한 것이다. 만약 이 남자가 동료에게 Hi, How are you, Good morning이라고 인사했다면 이 동료는 남자에게 뭔가 거리감을 느꼈을 것이다. 


반대로, 은행 창구 직원이 처음 만난 손님에게 what's up?이라고 인사했다면 손님은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처음 본 자신을 자기 친구인양 격식 없이 대했기 때문이다.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이런 상황은 8살 손자가 할아버지를 보고 "잘 지냈냐?"라고 인사하는 것이다. 


영어를 공부할 때 우리는 단어와 문법 그리고 문장 해석에 치중한다. 단어와 문법은 말이 오고 가는 문맥과 상황에 따라서 가장 적절한 것을 선택한 것의 결과임을 우리는 망각한다. 단어와 문법을 공부할 때는 의미를 아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이 단어와 문법이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문맥과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서 아니면 한국어로 경험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그 상황이 불러일으킬 감정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사실은 영어는 특히 재활용을 잘한다는 것이다. What's up이 인사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쓰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달라지면 똑같은 표현이라도 그 의미는 달라지게 된다.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 매우 친한 친구를 만났다고 치자. 그러면 우리는 그 친구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물어봐주고 같이 걱정해 주는 것이 당연지사다. "왜 얼굴이 안 좋니, 무슨 일 있어?"라는 의미로도 What's up?을 쓸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What's happening? (무슨 일 났니?)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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