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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식 잣대에 관하여(2)

감정 담는 그릇

by Sia

영어는 성격 급한 사람이다. 우리가 화날 때 말하는 단어의 순서를 보면 영어의 기본 단어 순서와 비슷함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1) "나 밥 안 먹어"

(2) "나 안 먹어 (밥)"


(1)번 보다 (2) 번이 화의 강도가 더 쎄다. (2) 번은 영어 문장의 단어 순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주어-동사의 순서로 말이다.


언젠가 학생들에게 "영어는 우리가 화날 때 하는 말이랑 똑같은 순서로 말해"라고 이야기해준 적이 있다. 이 이야기가 영어공부를 싫어했던 재인이에게 매우 재미있게 들렸던지, 재일이는 다음과 같이 수업 소감문을 써냈다. 아직도 그 아이의 글이 눈에 선하다.


'영어는 한국 사람이 화날 때 하는 말이라니 재미있다'


아마도 영어보다는 "이 사실" 자체가 그 학생에게 재미있었던 거였겠지만, 그래도 영어를 싫어하던 아이가 영어시간에 재미있는 것 하나를 건져갔다는 것 자체만으로 난 참 뿌듯했었다.


감정이 격하고 급한 성격을 영어는 '문법'을 통해서 보여준다. 영어를 읽을 때 의미를 파악하는 것보다 영어 문장이 뿜어내는 '감정'을 먼저 읽어낼 줄 알아야 제대로 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영어의 문법 중에서 [조동사], [시제]는 영어의 감정을 담는 대표적인 그릇이다.


영어의 시제 중 [과거]는 단순히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말할 때만 쓰는 것이 아니다. 영어의 과거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남"이란 기본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will 보다는 would가 can 보다는 could가 더 공손한 표현이 되는 것이다.


Before I sumbit my final paper tomorrow, I wanted to have your advice about it.

[내일 기말 페이퍼 제출하기 전에, 교수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여기서 wanted는 과거에 발생한 사건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수님께 공손함을 표현하기 위해 want가 아닌 wanted를 쓴 것이다.


영어 문장 5 형식도 감정을 빨리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각 형식은 기본 의미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의미는 모른 채 무조건 5 형식을 외우기만 했다.


각 형식이 가진 고유한 의미에 관해서는 다음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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