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원 석사와 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3분 논문 발표 대회"에 참가했다. 발표 내용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다 외웠다. 하지만 많은 사람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부담감과 사시나무 가지가 태풍에 휘달리듯 떨리는 나의 심장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무사히 3분 안에 외운 내용을 끝냈지만, 나의 불안한 감정은 내 목소리와 제스처에 그대로 녹아들어 가 나왔다.
내 차례가 끝나고 난 후, 짙은 스페인어 억양을 가진 학생이 발표를 시작했다. "내 영어 발음은 저 사람보다 훨씬 낫네. 저 사람보다는 더 잘했어"라며 나 자신을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결국 대회에서 상을 받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스페인 억양으로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발표했던 학생이었다.
총으로 누군가 너를 조준하고 죽이려는 상황 같았어.
남편의 정직한 평가를 듣고 담담하게 깨달았다. 영어 말하기는 정확한 영어 문법이나 영어 악센트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외모를 가꾸는데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화장하는 방법도 배우고 좋고 값비싼 화장품도 사고, 명품 옷과 가방도 나름 쉽게 구매한다. 하지만, 목소리를 가꾸는 것은 등한시한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영어 문법, 원어민 다운 목소리와 같은 '외모 치장'에 온갖 정신과 돈을 쏟아붓는다. 그리고 정작 '나만의 목소리'를 찾고 가꾸는 것을 영어 공부와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나이 40이 되도록 다룰 줄 아는 악기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나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정교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줄 아는 악기다. 보통 우리는 목소리를 악기 다루듯 사용하지 않고 단순하게 '말'만 하는 도구로만 사용한다. 하지만, 상대를 설득하고 강력한 인상을 남기며 잊히지 않는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선율과 멜로디를 만드는 목소리를 켤 줄 알아야 한다. 다음은 적절한 '영어목소리'를 만들기 위한 조언이다.
1. 입과 혀를 과장되게 움직여 최대한 정확한 발음 연습을 해라.
2. 큰 목소리와 작은 목소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 말해라.
3. 문장 마지막은 올라가는 목소리가 아니라 내려가는 목소리로 권위를 심어준다.
4. 다양한 감정과 쉼표, 다양한 목소리 크기로 멜로디를 만들어라.
5. 음, 어, and, you know 와 같은 쓸데없는 소리를 내지 말라.
6. 적절한 제스처를 사용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시각화시켜준다.
7. 입 가장자리만 올라가는 가짜 미소가 아닌 눈꼬리도 올라가는 진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해라. (물론 미소를 지으면 안 되는 내용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영어 공부가 아닌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언어는 커뮤니케이션 (의사소통)이 목적이다. 한국말이던 영어던 상관없다. 겨우 상대가 어렵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는 것도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목표다.
영어 공부 자체가 목적이 되면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라는 목표를 간과하기 쉽다. 영어 원어민 다운 발음을 목표로 삼는 것은 오히려 자신감을 축낸다. 언제나 자신의 영어 발음과 다른 사람의 영어 발음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면서 때로는 위축되고 때로는 쓸데없는 자신감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닌, "가장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목표인 영어 공부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어떻게 하면 가장 간단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말을 듣고 상대가 기분 좋게 나의 말을 들어줄 수 있을까.
영어 문법, 단어, 발음 공부도 이런 목표를 삼고 공부해야 한다. 영어 공부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제대로 된 영어 공부를 할 수 없다.
영어 공부는 반드시 '덤'이 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