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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Jul 23. 2024

뭐든 다 수동태로 생각하려는 습관, 트라우마다!

한글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주어는 사람이라는 의식이 확고해 보통 수동태 문장을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영어처럼 주어가 겉으로 확실히 드러나야 하는 언어는 수동태가 발달한다. 독일어나 프랑스어는 이런 경향이 영어보다 더 심하다.


‘놀라다, 흥분하다’와 같이 자동사 (주어 스스로가 느끼다)로 감정을 표현하는 한글에 비해 영어는 기본 출발점이 타동사다(주어가 목적어를 놀라게 하다, 주어가 목적어를 지루하게 하다…). 그래서 감정을 한국식 자동사 형식으로 표현하려면 영어에서는 수동태로 표현해 줘야 한다.


I am excitied. (난 신나. : 한글로는 능동이지만, 영어는 수동이다.)

I am bored. (난 지루해: 한글은 능동, 영어는 수동)

I am boring. (난 지루한 사람이야.: 영어가 능동일 경우에는 주어가 스스로 지루한 행동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영어를 너무 심하게 배워서 그런지, 우린 보통 대부분의 상황을 수동태로 만들어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아니면, 수동 문장과 관련된 영어 문법 문제를 너무나 자주 틀려 생긴 트라우마 일 수도 있다.


운동 가는 길에 갑자기 띵하고 속보가 떴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 나이도 많고 치매 걸렸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이든이라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지만, 이후 곧, "아니, 왜 수동태로 has been tested라고 하지 않고  has tested라고 능동태로 쓴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Biden has tested positive for Covid. (능동)

Biden has been tested positive for Covid. (수동)


두 문장 모두 바이든이 코로나 테스트를 했고 결과가 양성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사 형태가 능동이냐 수동이냐에 따라서 강조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일단 영어에서 능동으로 사용되는 동사는 모두 "주어가 스스로 ~을 하다"라는 의미가 있고, 수동으로 사용되는 동사는 "주어가 동사 행동을 당한 상태가 되었다"라는 의미를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간다.


능동으로 쓰인 문장은 코로나 검사를 받고 그 검사결과를 받았다는 행동을 강조한다. 그리고 현재완료 (have tested)라는 시제로 인해 양성 검사 결과를 받은 것이 최근 막 일어난 상황임을 강조한다. 또한 그래서 검사 결과 또한 가장 최근임을 암시한다.



하지만, 수동의 문장은 테스트를 받은 행동보다는 양성 테스트 결과를 더 강조한다. 수동태 자체가 원래 주어가 동사 행동을 당한 상태가 되었다는 의미를 가지기에 그렇다. 또한, 테스트 결과가 이미 과거에 나온 결과라서 가장 최근 결과라는 뉴스 속보의 참신성은 주지 못한다. 물론 현재완료 시제를 사용하고 있기에 '최근 막 일어난 상황'임을 알려주고는 있지만 수동태로 인해서 그 상황이 가장 최근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능동 문장은 코로나 검사를 받은 행동 자체와 검사 결과 양성이 가장 최근 소식이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수동 문장은 검사 결과에 더 초점을 주고 있고 이 검사 결과가 가장 최근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전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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