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산책 Day 5
Freezing rain (얼음 비)가 오는 날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산책을 하고 싶었다.
얼음 비가 내려도 나의 산책을 막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나갔다.
맑은 공기와 탁 트인 시야가 좋았다. 물론 찌뿌둥한 갈색 하늘은 우울했다.
감옥 방 같이 좁디좁은 나의 기숙사 방을 탈출해 자유를 만끽하는 기분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바로 고생이 시작되었다.
블랙 아이스로 뒤덮인 길 위에 겨울 부츠는 아이스 링크 위에 선 스케이트 신발과 같다.
다만, 아이스 링크와 달리 얼음비가 쏟아진 길은 울퉁불퉁하고 예측 불가능한 곳이란 게 다를 뿐이다.
미끄러지기를 할 때마다 감정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러다 발목 삐면 어쩌지. 미끄러져서 뼈가 부러지면 어쩌지. 미국 병원비는 비싼데. 괜한 고집을 부려서 나왔나...
별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기숙사로 돌아가야 하는 길은 아득하기만 하고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은 블랙 아이스 지뢰밭이다.
앞을 보지 말고 내가 지금 걸어야 하는 몇 발자국 앞만 보고 걷자.
아장아장 아기 걸음마로 무사히 아무 데도 다치지 않고 귀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