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산책 Day 6
산책 길은 짧다.
광대한 포부는 동기를 부여하기보다는 말살시키기 때문이다.
오늘은 생각 없이 걸었더니 끝없는 길을 걷게 된다.
이 길을 걷을 때만 해도 견딜만했다.
왼쪽 차도를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귀를 어는 바람은 견딜만했고,
근육 없는 내 두 다리도 제대로 된 다리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에 신났다.
첫 번째 길이 다 끝난 후 또 다른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 두 다리는 뻐근함으로 금세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가야 할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고단한 길들을 지나 학교 캠퍼스까지 오게 되었다.
캠퍼스 건물의 이 통로는 순식간에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가야 할 길이 멀다는 한숨보다는,
내 존재감이 인정받고 존중받는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고단한 여러 길을 걸은 덕택으로
오늘은 나를 인정해주는 길까지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걸었던 그 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다.
왜 그때는 느끼는 못했을까.
아직 산책이 많이 부족하다.
모든 길이 날 인정해주는 날까지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