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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는 거지

매일 산책 Day 7

by Sia

지난 3일간 산책을 못했다.

옛날 같았으면 이런 연약한 자아가 거의 죽도록 언어 방망이 질을 해댔을 텐데 지금은 다르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야.'


나 자신에 대해서 관대해지는 것이 나의 성장이 될지 아니면 나태함의 씨앗이 될지 모르겠다.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게 항상 나 자신을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


하늘은 어제와 같이 잔뜩 울상이다. 푸르른 하늘을 보고 싶은데 하늘은 역시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맑은 공기는 기숙사의 답답하고 코피 나게 만드는 건조한 공기와 질부터 다르다.

K-94 마스크 필터를 거쳐도 변함없는 바깥공기의 시원함에 산책 나오길 잘했다고 자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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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를 절단하고 남은 그루터기 무더기가 눈길을 끈다.

그루터기만 찍으면 얼마나 큰지 보여줄 방법이 없기에 끼고 있던 장갑 하나를 벗어던졌다.

이곳에서 얼마 동안 살았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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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 무더기 중에서 가장 큰 놈이다.

정원사의 계획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크나큰 나무들을 베어내야 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도 쉽진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반드시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는 법 없이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가장 쉬운 방법인 것 같다.

몇십 년간 뿌리를 뻗은 이곳에 반드시 계속 살아야 하는 법도 없고,

매일 산책이라고 반드시 매일 산책을 해야 하는 법도 없다.


나에겐 상식적인 행동이 다른 사람에겐 상식이 아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는 방법,

나 자신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고 평화롭게 사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모든 것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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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로 다시 들어오다가 무심코 하늘을 보았다.

하늘이 잠시 푸르른 속살을 보여주었다.


하루종일 찌뿌둥한 갈색 구름만 봐서 푸른 하늘이 더욱더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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