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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은 경멸을 부른다

매일 산책 Day 4

by Sia

서울 한복판의 비둘기 같은 존재는 미국 다람쥐다.


다행히도 비둘기처럼 다람쥐는 무리 지어 다니지는 않는다.

하지만, 쓰레기통을 '쥐'처럼 누비는 다람쥐는 정말 '쥐'같은 존재다.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광대한 캠퍼스를 자기 집처럼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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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쌔고 우아하며 물처럼 나무를 타고 오르는 그들의 재주에 감탄도 할 만 하지만,

쓰레기통을 뒤적이는 그들의 또 다른 모습은 경멸만 불러일으킨다.


산책 도중 쓰레기통에서 급하게 나오는 다람쥐 때문에 간 떨어질 뻔했다.


KakaoTalk_20220108_155546290.jpg 오늘 찍은 캐나다 거위
KakaoTalk_20220108_163328102.jpg 지난가을에 찍은 캐나다 거위들

캐나다 거위도 다람쥐 같은 존재다.

한국에서는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이지만(?),

이곳에서는 그들의 귀청 떨어지는 소리, 길쭉한 똥과 함께 살아야 한다.


KakaoTalk_20220108_155605941.jpg 오늘 산책의 마지막 코스

산책을 끝내고 기숙사로 들어오는데,

어떤 사람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람들이 여기에 서서 사진을 찍는 모습은 매우 흔한 광경이다.

하지만 오늘은 궁금해졌다. '왜 저렇게 추운데 서서 사진을 찍고 날리지?'


이곳은 내가 매일 아침에 보는 광경이다.

아름다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나에겐 무척이나 평범하고 지루한 광경.


하지만, 이곳을 스쳐 지나가는 그들에게는 아름다운 호수인 것이다.

추운날씨에도 무릅쓰고 잠시 서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장소.


친숙은 경멸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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