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처음으로 차를 운전했다. 물론 절반 이상을 액셀을 밟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했지만 이 편하고 무서운 고철덩어리를 무책임한 내 두 손과 한 발에 맡긴다는 것이 너무 두렵기만 했다. 반드시 사고를 낼 것이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 하지만 급하게 브레이크를 몇 번 밟은 것 외에는 첫 운전치 고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브레이크를 밟는 것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길을 멀리 보면서 운전대를 제대로 잡아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뭔가 내가 하는 짓이 이상하고 차가 내 마음과는 다르게 움직일 때 나는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내가 운전을 연습했던 곳이 고속도로였다면 브레이크는 정말 큰 사고를 냈을 것이다.
한 바퀴 원을 돌고 내 생애 첫 운전연습을 마쳤다. 연습을 시작하기 전 보다 더 떨린다. 도저히 난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엄습해 온다. 운전 자동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너무 밉다. 제발 연구를 하루 바삐 마쳐서 내가 이렇게 아드레날린 200프로 넘치는 운전 연습을 하지 않게 만들어 주기만을 바랬는데, 결국엔 내가 먼저 운전하는 법을 배우게 만들다니!
운전 연습을 두 번, 세 번 하면 더 나아지려나? 차 사고는 정말 무섭다. 내가 운전을 하면 반드시 차 사고를 낼 것만 같다.
운전 연습을 마치고 난 다음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어야만 했다. 배가 고파서 겨우 일어나 밥 먹는 것 빼고는 침대 위에 껌딱지처럼 붙어 잤다. 잠을 자면 잘수록 온 몸의 에너지를 빼앗기는 느낌이 든다. 결국 오후 3-4시에 겨우 정신이 들었다.
마음이란 게 참 무섭다.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몸의 온갖 호르몬을 분비시켜 신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인류의 수많은 사람들이 숨 쉬듯 하는 운전을 못해서 이렇게 걱정하고 고민하고 몸을 축나게 만들다니 나 자신이 참 한심해진다. 난 할 수 있어라고 주문을 외울 때마다 내 마음은 '넌 못해'라고 큰소리친다. 난 도저히 못하니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게 내 마음을 가장 안정시켜 줄 것 같다. 공부가 힘들어 포기하는 학생들의 심정이 이런 마음이려나. 그들의 마음이 몸에 작용하는 상태를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운전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운전이 두렵지만, 그래도 두 번째 운전연습은 할 거다. 두 번째도 여전히 무섭고 자동화 운전 연구자들이 죽도록 밉겠지만 그 마음이 조금은 수그러질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해 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첫 운전 연습에서 배운 것을 매일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연습해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해도 두렵지 않은 것은 그것뿐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