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 모든 것으로부터의 작별과 자유.

<그리스인 조르바> 짧은 서평

by kimsy

그 모든 것으로부터의 작별과, 그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아름답게 불타는 야만의 인간성.


문학사에서 광인이라는 범주 안에는 무조건 조르바가 들어갈 것이다. 품 안에 산투르를 조심히 안고 다니는 이 노인에게 끌린 '나'가, 고향인 크레타 섬에 와 갈탄광을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이다.

01.17309409.1.jpg 출처 : 한국경제

어린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살던 크레타섬은 오스만 제국, 즉 튀르키예 치하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가 약 14-15세이던 1897년 크레타는 오스만으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이것은 크레타의 자랑스러운 역사였다. 하지만 그런 크레타의 역사는 이후 <그리스인 조르바>에 묘사된 것에 의하면 기독교적 세계관에 의해 썩어 문드러진다. 그러나 그뿐일까. 수많은 사상과 활자들, 사회에 의한 근본적인 병폐들, 그리고 이상들, 인간들, 규율들의 어떤 틀이 크레타에, 인간 속에 썩어선 깃들어 있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나'는 그런 병폐에 대해 투쟁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는 지식인이었고, 수많은 책을 읽은 상당한 교양인이었기에 그런 잘못된 것들을 변혁시켜보려는 시답잖은 이상에 매몰되어 있는 자였다.


이것에 대해 조르바는 말한다. 책은 쓰레기라고, 사상은 쓰레기라고, 활자는 쓰레기라고.


전술했듯이 조르바는 광인이다. 그리고 한없이 인간적인 사람이다.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야만적이고, 마초적이다. 매 하루하루를 본능에 맡겨 살아가는 인물이 바로 그다. 때로는 조국을 위한 투쟁에 참여하기도 하고,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살아가고, 그 과정에서 두 번의 결혼과 몇 번의 살인과 전투를 치른다. 그는 몸으로 '나'가 읽은 모든 것들보다 더 큰 것들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수많은 교양과 수많은 투쟁으로 인하여 그는 완전한 맨살의 인간이 되었다. 즉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는 어떤 디오게네스다. 디오게네스와 다른 점은 더 자유에 가까운 존재였다는 것이다. 그런 조르바를 '나'는 관찰한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크레타섬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추가로 넣는다. 그러면 완전한 자유인의 책인 <그리스인 조르바>가 완성된다. 그런 소설에서 '나'와 조르바는 정말 정 반대의 인물처럼 보이나, 막상 또 가장 비슷한 인물처럼 읽히며, 때로는 부자(父子)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연인처럼 보인다. 아니면 스승과 제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조르바가 마냥 공자나 부처는 아니다. 그는 그리스도이며 원시인이다.


만약 이 책을 더 잘 읽고 싶다면 책을 불태워라. 결국 이 책이 담고 있는 철학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 말이다. 자신에게 집중하라.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해라. 먹고 싶은 것을 먹어라, 당신은 당신의 제왕이다.


조르바는 말했다.

'두목, 당신의 그 많은 책 쌓아놓고 불이나 싸질러 버리시구려. 그러면 알아요? 혹시 사람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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