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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검도를 누구에게 배울까?

검도를 글로 배웠어요.

by 시골무사

검도를 누군가에게 가르치기는 어려운 일이다. 반대로, 누군가가 당신에게 검도를 가르치고자 해도 여러 조건을 충족시켜야 가능하다. 왜냐하면, 당신이 누군가에게 검도를 배우고 싶다 해서 대한검도회(!)가 그렇게 얌전히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검도회 소속으로 검도를 하고 있다면, 보통 4단 이상 승단한 사람을 “사범”으로 부른다. 이때의 사범은 말 그대로 경칭(敬稱)이다. 존경의 의미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예전에는 4단 심사에 합격하면 사범 강습회 후 바로 사범 자격증이 주어졌다고 한다. 검도 인구가 태권도나 유도에 비해 적기도 했고, 또 실제로 4단 승단까지 빠르면 8년, 길게는 10년 이상 검도를 수련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4단 승단 후 사범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사범 자격증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최근 (2023년부터) 5단 이상만 사범 자격시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어찌 되었건 아직까진 검도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통 4단 이상은 사범으로 부르고 그에 따른 대접을 한다.


당신이 어느 곳에서 검도를 배우든, “그곳에는 사범이 있다.”. 이 말은 최소 4단 이상, 즉 십수 년 이상 검도를 수련한 사람이 당신을 가르친다는 의미이다. 당연히 당신을 가르치는 사람은 5단, 6단, 7단 이상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체육센터, 동호회, 동아리의 지도사범이나 검도관의 관장은 (나보다 나이가 적을지언정) 적게는 20년 이상, 많게는 40년 이상 검도를 수련한 고수들이었다. 검도 지도자들은 검도를 지도하기 위해 취득해야 하는 자격이 유난히 많아서, 운전면허처럼 한 번만 따면 되는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이나 사범 자격은 물론이고, 계속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심판 자격이나 심사위원 자격도 취득해야 하고, 또 자격의 유지를 위해 해마다 강습회도 참석해야 한다. 대한검도회에서는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조선세법”을 복원하고 있는데, 당연히 조선세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도 강습회 참가는 물론 심사에 통과해야 한다.


그러니 안심하고 당신의 지도사범에게 당신을 맡기자. 당신의 지도사범은 이 모든 조건을 통과했다. 문제는 지도사범 외에 당신을 지도하려는 사람이다.


검도를 포함한 모든 무술에서,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내가 가르침을 청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당신은 당신보다 뛰어난 검도 실력을 갖춘 사람에게 가르침을 청할 수 있다. 아마도 누구든 기꺼이 당신에게 자신만의 비법을 알려주고자 할 것이다. 물론 알려주는 것과 별개로 그것이 몸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수많은 반복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그런데 간혹 당신이 알고 싶지 않은데도 굳이 먼저 당신에게 당신의 잘못을 알려주기 위해 몸이 달아 있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이 넓다 보니 그런 사람들이 있다. 사회 어느 곳에서나) 이런 사람들 때문에 체육센터든 검도관이든 도장 못 다니겠다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은 “무시해라!”이다.


당신이 검도를 배우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관장이든 지도사범이든 당신을 지도할 사람이 직접 당신에게 알려주거나, 자신을 대리해서 알려줄 만한 사람에게 시켜서 알려줄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지도사범이 없는 동호회나 동아리 정도일까? 이런 곳에서는 당신의 선배가 자신이 배운 대로 당신을 가르치고자 할 것이다. 대개 1년에서 3년 정도 검도를 수련한 사람이 자신의 배운 것에 더해 동호회나 동아리의 전통에 따라 갖가지 체력 훈련을 추가해 당신을 가르칠 것이다. 이 과정은 일종의 통과의례로,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기초 체력을 배양하며,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끈기를 기르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어설픈 군대문화의 잔재로 남았을 수도 있다. 일단은 버텨보자.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지도사범이 아닌데도 당신을 가르치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당신은 무시할 권리가 있다. 애초에 ‘누구를 가르칠 수 있는 권한’이라는 것은, 적어도 검도에서는 “사범”, 그것도 “지도사범” 외엔 없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정리하자면, 자신이 다니는 검도관에 7단이나 8단 정도 되는 고수가 있어서 5단이나 6단인 관장을 제치고 당신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수도 있다. 애초에 이런 경우는 지도사범인 관장조차도 그들에게 배우는 처지기에 당연히 누구도 토를 달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그 정도 되는 고수들이 지도사범을 제치고(지도사범의 허락 없이) 당신이 검도를 수련하러 오는 시간에 맞춰 일부러 당신을 가르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당신이 자신의 마음에 들더라도 그런 행동은 지도사범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당신이 느끼기에 당신의 지도사범도 아닌데 “잘 모르는 후배에 대한 선배의 호의” 이상으로 당신에게 가르치려 드는 것은 예의에서 어긋난 행동이다. 검도는 예의를 중시하는 운동이자 무술이다. 당신도 당신의 지도사범이 아닌데 당신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에게 애써 “배우는 후배로서 갖춰야 할 예의” 이상으로 저자세를 가질 필요 없다.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던가? 검도는 멋있는 운동이다.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잘못을 지적받게 되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고치면 된다.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지도사범”의 할 일이고, 지도사범도 아닌데 지도사범의 권한을 넘어서는 참견을 하는 짓은 주제넘은 짓이자 예의 없는 행동이다. 고수일수록 그런 주제넘고 예의 없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당신도 검도를 배우면서 그런 행동은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정말 멋없고, (속된 표현을 하자면) “찌질해” 보이기 때문이다.

요약해보자.

1. 검도는 지도사범에게 배운다.

2. 나보다 잘하는 사람에게 예의 바르게 내 잘못을 물어보고 반복된 연습을 통해 고쳐나가자.

3.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은 많다. 그럴 땐 지도사범과 상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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