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와 원칙 정치에 대하여
관심이 없어요
사실 지금껏 살아오며,
우리나라가 어떻게 흘러왔고, 정치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부끄럽게도 큰 관심 없이 살아왔습니다.
“누구 뽑을 거야?”
“그 후보 어떻게 생각해?”
이런 질문들엔 늘,
“나는 정치 관심 없어. 나만 잘 살면 되지.”
하며 대화를 피하곤 했죠.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런 질문을 더 자주 받았고,
어느 날 “나는 이 사람 뽑을 거야, 너는?”이라는 말에
문득 '왜?’라는 물음이 따라붙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그 사람 못하잖아.”
“그냥 싫어.”
였습니다.
왜 싫은지, 무엇을 못했는지,
상대 후보는 무엇을 잘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좀처럼 들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왜’는 대답되지 않은 채,
‘그냥’이라는 말만 반복됐습니다.
투표를 하겠다는 사람의 태도 치고는 너무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정치를 말하지만, 정치를 모르는 대화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정치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치를 모르는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 반장 선거도 아닌,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조차
‘그냥’이라는 말은 너무 무책임하게 들렸습니다.
적어도 “누구를 뽑을 거야?”라는 질문을 하려면,
그 사람이 어떤 정책을 펼쳤고, 무엇을 잘했고 못했는지는
조금이라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생각을 시작으로,
늦게나마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정당과 정치의 흐름, 역사를 하나씩 공부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누구를 지지하든,
자신의 믿음을 정당화하려고 지도자의 잘못을 외면하거나,상대를 무작정 깎아내리는 건
결국 스스로를 속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정치는 ‘내 편’과 ‘네 편’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태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정치를 소비하는 방식
정치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복잡한 제도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정치를 너무 ‘간편하게’ 소비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구호가 정책보다 앞서고,
이미지가 성과보다 중요해지고,
사실보다는 “느낌”, “분위기”, “그냥”이 우선하는 대화들.
누군가 한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하면
“왜?”보다는
“헐, 너 그쪽이야?” 같은 반응이 먼저 돌아옵니다.
정치 뉴스와 유튜브 중 일부는
분석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편 가르기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사실을 확인하기보다 감정을 소비하고,
정책을 비교하기보단 진영을 고르며,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들은 말을 그대로 옮기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정치가 우리 삶에서 멀어진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정치 앞에서 생각을 멈춘 건 아닐까요.
인정과 이해, 그리고 비판
어떤 정권이든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은 공존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정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지도자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단점보다 장점이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
완벽하지 않았지만,
실수보다는 성과가 더 오래 기억되는 사람.
잘못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했던 사람.
어떤 선택이든 득과 실은 함께 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그 선택이 실을 감수할 만큼 득이 컸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는가입니다.
정치는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칭찬할 건 칭찬하고,
비판할 건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부정보다는
잘한 건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못한 건 왜 못했는지를 차분히 짚어볼 수 있는 자세가
지금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요?
진보와 보수
지극히 주관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대표 인물로
저는 박정희대통령과 김대중대통령을 떠올립니다.
누군가는 박정희대통령을 독재자라 하고,
김대중대통령을 북한에 퍼준 사람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그들의 공은 너무 쉽게 지워지고 맙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뤄냈고,
김대중 대통령은 IMF 위기를 국민과 함께 극복하며
햇볕정책을 추진했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물론 그들 각자의 그림자도 존재했습니다.
박정희대통령의 산업화는 독재와 함께였고,
김대중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북한 정권 유지와 핵개발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단편적 비난이 아닌,
공과를 함께 바라보며 올바른 비판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기억, 존중, 그리고 선택
지금의 진보는 때로 과거의 명분에만 얽매인다,
보수는 여전히 ‘빨갱이’라는 단어로 부르며
아주 쉽게 상대방에게 분열을 자극합니다.
이제는 정말,
‘아는 것이 힘’이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익숙해져야 할 때입니다.
진보의 땀으로 이룬 민주화,
보수의 경쟁력으로 완성된 산업화.
그 치열한 시간 위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우리는 그 시간을 기억하고 존중하며,
편 가르기보다는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시선과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
누군가의 말이 아닌, 그저 그냥, 싫어 같은 단순한 휘둘림이 아닌
스스로의 이해와 신념으로 결정되길 바랍니다.
그 선택이야말로,
다음 세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성숙한 민주주의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