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꿈

소년이 꿈꿔왔던 오늘.

by KimianJ

어릴 적, 내가 바라던 꿈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대통령도, 의사도, 변호사도 아니고,
그저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것이었다.

부모님과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 일.

누군가에겐 너무도 당연한 그 순간이
나에겐 오래도록 닿지 않는 일이었다.

늘 바쁘게 스쳐가는 하루들 속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란 건

내게 너무 짧고, 부족하고, 어딘가 어색한 풍경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다른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부러워하면서도
그걸 해내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해하려 애쓰고,
양보하고 참으며
내 마음의 모서리들은 조금씩 닳아갔다.
그리고, 어느덧 서른.


오랜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백숙을 먹으러 갔다.
김이 피어오르는 솥,
맑고 깊은 국물,
그리고 마주 앉은 셋.

그 자리는 조용하고 따뜻했다.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 이상하게 마음이 찼다.

“막국수도 있네, 이것도 드세요.”
“안 먹어.”
“막국수도 하나 주세요.”

그저 부모님께 뭐든 사드리고 싶었다.


잠시 뒤, 백숙이 나왔다.
이제는 내가 닭다리 하나를 조심스레 떼어 부모님 앞에 놓아드렸다.
“다리 드세요, 다리.”

늘 내 앞에 놓이던 다리였는데,
이제는 내가 드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 짧은 순간에,
나는 이유 없이 목이 메었다.

웃으며 국물을 떠먹던 아버지,
안 먹는다고 하면서 제일 맛있게 드시던 엄마.
그 장면들이 그날따라 유독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날의 식사는
그저 따뜻한 백숙 한 그릇이었지만,
나는 즐거워하는 그들을 보며
삶의 이유 한 조각을 조용히 건져 올렸다.


내가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
그게 꼭 큰 성공이나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다시 이런 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
아니, 만들기 위해 열심히 나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부모님께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할 수 있는 지금.
그 사실이, 참 고맙고도 행복했다.


국물은 오래도록 식지 않았고,

식당을 나서는 두 분의 나란한 걸음은

어릴 적 내가 꿈꾸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날의 풍경은 아마 평생 내 마음에 남을 것이다.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이 글이 그 말을 대신해 주길 바란다.

아프지마요 엄마 아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