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메아리)

by JayBH

서울의 도심 한가운데, 선민은 하루 종일 전화를 받는 콜센터 직원이다. 그녀는 매일 수십 통의 전화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들과 소통하지만, 그들의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고객의 질문에 매뉴얼대로 대답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애썼지만, 정작 그녀 자신의 목소리는 그 대화 속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네, 고객님. 맞습니다. 문제를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기계적이고 건조했다.

오늘도 선민은 같은 말만 반복한 채 피곤함에 지쳐갔다. 답답함이 가슴 속에서 메아리치고, 모든 것이 소모적으로 느껴졌다.


퇴근 후,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앞에 다다른 선민은 갑자기 집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길을 걷고 싶었다. 그녀는 무작정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기타 소리가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작은 광장 한쪽에서 한 남자가 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는 거리에 앉아 버스킹을 하며 자신의 음악을 전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고, 노래는 고요하고 평온했다.


“들어보실래요?”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선민에게 말을 걸었다.


선민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앞에 멈춰 섰다. 그 순간, 뭔가가 달랐다. 그의 목소리는 매뉴얼에 얽매인 대답이 아니었다. 그저 진심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가 부르는 노랫말은 단순하고 소박했지만, 그녀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네, 좋아요.”

선민은 거의 본능적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그가 부르는 노래를 조용히 듣기 시작했다.

그 순간만큼은 그녀가 단순히 남의 말을 되풀이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느끼는 하나의 개체로 존재하는 듯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선민을 스쳐 지나갔고, 그의 손은 여전히 기타 줄을 어루만지며 노래를 이어갔다. 그는 그저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선민은 그를 바라보며, 그의 노랫말을 조용히 마음속에서 반복했다. 그 노래는 마치 그녀를 위해 부르는 것처럼 들렸지만, 그가 진짜로 선민을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남자가 처음 건넨 인사도 단순한 것이었다.

"들어보실래요?"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건넬 수 있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던지는 말이었을 뿐이었다.

그 순간 선민은 그가 정말로 자신에게 말을 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저 길을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넸고, 선민은 그저 우연히 그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남자의 노래는 선민의 귀에 머물렀지만, 그의 마음은 그녀에게 향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울려 퍼졌고, 선민의 마음속 깊은 곳에 닿는 듯했지만, 실은 그녀를 스쳐가는 메아리처럼 흩어져갔다. 그가 선민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 말은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단순한 소리일 뿐이었다.


그 순간, 선민은 자신이 느껴온 외로움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 속에서 자신을 잃고, 진정한 소통을 하지 못한 채 살아온 것이다. 그저 남의 말을 반복하는 메아리처럼, 자신만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선민은 다시 광장을 떠나며, 그 남자가 불렀던 노래를 마음속에서 반복했다. 그가 전해준 노랫말은 여전히 그녀의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이제 그 노래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을 방법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가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 노래는 점점 더 희미해져갔다. 선민은 그 노랫말을 되새기며, 자신에게 용기를 주려 했지만, 그 목소리는 마치 메아리처럼 멀어져만 갔다. 그녀의 내면에서 메아리처럼 반복되던 소리는 점차 사라지고, 고요만이 남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선명하게 울리지 않았다. 좁은 원룸 안에서 홀로 누워있는 선민은 다시 한번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 말들은 허공에서 부서져 버렸다. 그 목소리는 이미 너무 깊은 곳에 묻혀 있었다. 마치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말하는 것처럼, 그녀의 소리는 벽에 부딪혀 메아리쳤다가 이내 조용히 사라졌다.


그날 밤, 선민은 혼자 침대에 누워 고요 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공허함을 느꼈다. 방 안은 차가웠고, 아무도 그녀의 곁에 있지 않았다. 벽 너머로 들려오는 이웃들의 소리만이 살아있는 듯했고, 그 소리들 사이에서 그녀의 존재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녀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 보았지만, 그 목소리조차 이제는 낯설고 멀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깊은 외로움 속에서 울리는 공허한 메아리뿐이었다.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고, 그녀 스스로도 그 소리를 더는 믿을 수 없었다. 앙상하게 남은 그 메아리는 점점 더 희미해지며, 그녀의 외로움 속에서 완전히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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