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블레테렌 12와의 조우

벨기에 트라피스트 비어

by JayBH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손에 쥔 병,

베스트블레테렌 12.

이것을 손에 넣는 과정만큼이나 그 맛을 느끼는 순간도 특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 맥주는 단순히 음료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경험이자 이야기가 되는 존재다.

병뚜껑을 따는 순간 퍼져 나오는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캐러멜과 다크 초콜릿의 달콤함, 그리고 말린 과일 특유의 은은한 산미가 어우러져 마치 크리스마스 아침에 선물을 열어보는 기분이 들었다. 잔에 따르니 깊고 짙은 갈색 속에서 루비빛이 반짝였다. 헤드의 크리미한 질감은 황금빛 햇살이 비치는 구름처럼 부드럽게 피어올랐다.

한 모금 머금었을 때,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풍미는 단순히 맛이라고만 표현하기엔 부족했다. 처음엔 캐러멜과 초콜릿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춤을 추듯 달콤하게 다가왔다. 그 뒤를 잇는 스파이시한 뉘앙스는 익숙하면서도 신비로운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목을 넘길 때,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이 입 안에 따뜻한 흔적을 남겼다.

마시며 문득 생각했다. 이 맥주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 알 것 같았다. 베스트블레테렌은 단순히 알코올음료가 아니라, 시간을 담은 작품이었다. 그것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완성된 풍미를 통해 우리에게 기다림의 가치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한 잔을 다 비우기까지 내게 필요한 것은 오직 시간과 집중뿐이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이 한 잔은 느리게 흘러가는 순간을 선물했다. 마치 수도원의 고요함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듯, 그것은 소란스러운 하루의 끝에 찾아온 평화 같았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음미하며 잔을 내려놓았다. 베스트블레테렌 12는 단지 맥주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경험이었고, 나만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잔 속에는 단순히 맥주가 아닌, 삶의 작은 축제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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