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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랑 Mar 11. 2023

퇴사하니 보이는 좁아터진 나의 세상

좁디좁았던 나의 세상

퇴사 후 3개월이 흘렀다. 이번엔 어떠한 계획도 정하지 않은 무기한 휴식의 퇴사였다. 이직을 위한 퇴사는 경험이 있었지만 이렇게 날 위한 퇴사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3개월에 접어드니 내가 보지 못했던 세상이 보인다.


회사를 다닐 땐 느끼지 못했지만, 직장인이었던 나에겐 회사만이 내 세상이었다. 회사 밖에서 어떤 취미 생활을 하고 어떤 워라밸을 갖든 나의 밥그릇을 쥐고 있는 회사에서 심리적으로 완전히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회사를 다닐 땐 몰랐지만 나와보니 알겠다. 매일을 한 장소에 묶여있는다는 것, 무언가에 내 밥줄을 건다는 건 생각보다 굉장한 일이다.


퇴사 후 가장 달라진 점은 하루에 '빈칸'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출근 - 퇴근 - (내 시간) 단순했던 하루가
(내 시간) - (내 시간) - (내 시간) 다양한 하루가 됐다.


채워야 할 시간도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재료도 많아졌다. 평생 안 해 본 자격증 공부를 했고, 혼자 전시회를 갔고, 꽃꽂이 체험을 했고, 요리를 했다. 내가 부지런하기 때문? 절대 아니다. 난 부지런을 떤 게 아니라 텅텅 빈 시간을 무엇으로든 채워봤을 뿐이다. 당연히 그냥 누워있던 시간도 많았다. 그리고 그 누워있는 시간 동안 시간을 채울 재료들이 쏙쏙 떠올랐다.



내가 빈 시간을 채우며 가장 크게 느낀 2가지가 있다.


첫 번째, 생각보다 낮에 사람이 많다.

회사가 한창 근무하는 시간 동안 어딜 가든 사람이 많다. 회사원에게 낮에 돌아다닐 일은 점심시간, 휴가, 외근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은행, 병원 일정도 발을 동동 구르면서 다녀야 한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낮에 사람이 정말 많다. 학생들, 은퇴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연령대도 정말 다양하다.


나도 주변도 친구들도 낮 시간대에는 회사에 있다 보니 왜인지 모든 세상이 그럴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세상엔 너무 다른 삶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 말인 즉, 나도 지금껏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두 번째, 생각보다 돈 버는 방법이 많다.

거의 10년 만에 알바몬 어플을 설치했다. 휴식도 좋은데 답답해서 가볍게 할 알바 자리를 찾아보려고 했다. 우리 집 앞 카페 알바 자리가 눈에 띄었다. 주말 9시간 근무(유급 휴식 포함), 월급은 150만 원이었다. 뭐? 150만 원이라고? 내 눈을 의심했다.


직장인에게는 멀기만 한 '최저시급'이라는 단어. 2023년 기준 최저시급은 9,620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저 시급만 주는 곳은 거의 없고 대부분 10,000원 이상 최저보다 높은 시급을 주고 있었다. 그 외에도 부업거리가 꽤 많다. 돌봄 아르바이트, 재택 부업, 인터넷 부업 등등 마음먹고 N잡을 뛴다면 내 월급은 가뿐히 넘을 수 있을 것들이다.


난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녔다. 회사를 나가면 빈털터리가 되는 줄 알았다. 물론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경력도, 미래도, 수입도 불안정할 거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회사에서 전전긍긍 버티며 걱정한 만큼의 '빈털터리'는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직장인이던 내가 알던 세상이 너무 좁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해야 할 것, 이루어야 할 것, 내년의 목표, 10년 후의 목표까지 회사를 지우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회사뿐만 아니라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렇겠지만 회사원은 회사의 결정만 기다리는 사람이기에 자율성이 더 작다. 그러니 시야가 더 좁아졌던 게 아닐까.


그러다 회사를 나와 내 미래를 그려보려니 엄청난 선택지가 주어진 지금 갈 곳을 잃은 기분이다. 회사원이 편하다는 말의 의미도 알 것 같다. 하지만 누구에게든 언젠가 닥칠 일이 아닐까. 어떤 상황에서든 이런 고민은 해 볼 법하다.


만약 기한 없는 '빈' 하루를 받게 된다면 무엇으로 채우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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