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로의 말> 시리즈는 세상을 살며 들었던 응원과 격려를 담습니다.**
딱 한 달만 더
첫 해외 취업을 나갔을 때 달라진 환경에 적응을 잘 못 했다. 영어도 자유롭지 못 하고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까지 겪느라 몸도 영혼도 탈탈 털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몇 달쯤 됐나,
퉁퉁 부은 눈으로 출근을 한 어느 날 참다참다 옆에 있는 동료에게 못 하는 영어로 더듬거리며 힘듦을 토로했다.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내가 왜 여기 왔는지 모르겠어. 최악이야. 다 접고 집에 가야겠어."
동료는 안그래도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면서 날 쳐다봤다. 그러더니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그렇지만 조심스럽게 답해줬다.
"내가 방법을 알려줄까?
오늘부터 딱 한 달. 너에게 딱 한 달의 시간을 줘 봐. 그리고 한 달 뒤에 판단해."
이미 한 달은 훨씬 지났는데 무슨 소릴 하는거지? 난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한 달? 그 시간을 또 버티라고? 그럼 한 달이 지났는데도 이러면? 그땐 어떡해?"
그러자 동료는 아주 기가 막힌 방법을 알려줬다.
"그러면 한 달을 더 줘.
그리고도 힘들면 또 한 달을 더 줘.
그렇게 한 달 한 달이 쌓이다보면 너의 모습은 많이 변해있을거야. 그 때의 너는 여기에 적응도 했을거고 영어도 잘 할거고 우울하지도 않을거야. 그렇게 시간이 쌓이다보면 괜찮아질거야."
동료의 말을 들은 날부터 밤마다 솟아나오던 눈물이 그쳤다. 대신 난 매일 달력을 들여다보며 달이 바뀌기만을 기다렸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달력을 들여다보는 날이 줄어들었고 정신을 차려보았을 때 난 나의 하루를 완성할 정도로 강해 있었다.
지금 이 동료는 10년째 나의 좋은 친구로 남아 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난 이 친구의 말을 몇 번이고 되새긴다.
그래, 한 달만 더, 아무리 힘들어도 한 달만 더, 한 달이라는 마법의 시간이 나에겐 리셋 버튼이 되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