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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위로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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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랑 Jan 10. 2024

잊을 수 없는 위로의 말(2) 비가 오면 어때?

** <위로의 말> 시리즈는 세상을 살며 들었던 응원과 격려를 담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리조트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유명 관광지에서 근무하다 보니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적도 쪽에 위치해 있다 보니 플로리다의 여름 날씨는 굉장히 변덕스럽다.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고 열대성 폭우인 스콜이 내린다. 그렇게 한두 시간 오다 보면 갑자기 해가 뜨고 엄청난 무더위가 시작된다.


운이 나쁜 날은 하루종일 미친 듯이 내리는 비와 천둥 번개를 보고만 있어야 한다.


그날은 운이 나쁜 날이었다. 밖에 나갈 수도 없게 비가 내리는 바람에 리조트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날씨가 좋았다면 다들 놀러 나가고 텅 비어 있을 시간이었지만 그날은 밖에 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한 중년의 여성 손님이 리조트 안으로 들어섰다. 입고 있는 우비가 무색하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폭우로 젖은 모습이셨다.


나는 여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여기까지 놀러 오셨는데 비가 와서 속상하시겠어요."


중년 여성은 나를 보며 따뜻하게 웃어주셨다. 그리고 돌아온 중년 여성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요?

저는 가족들과 무사히 이 여행지에 와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 아닌가요? 비가 조금 온다고 그 행복이 깨지진 않아요. 우리는 너무 즐거운 여행을 보내고 있답니다."


중년 여성은 한 손엔 여행 모자, 한 손엔 아들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후로 여행 준비를 할 때마다 이 손님의 말이 내 귓가에 맴돈다. 원래는 나도 많은 사람들처럼 여행 가는 날 날씨가 어떤지 비가 오는지 추운지 어플을 들여다보며 확인했었다.


하지만 이 손님의 말이 여행에 대한 나의 가치관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래,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그게 무슨 상관일까. 사랑하는 친구와 가족과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왜 못 했을까.


이런 마음으로 다닌 여행은 이전과는 달랐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여행은 색다른 여행이었다. 오히려 비가 오면 비를 맞기 좋은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눈이 오면 계획을 취소하고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다. 모든 여행 기록이 점점 독특하고 생동감 넘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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