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가짜 결핍, 디아블로2
오늘날 청소년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다. 이들에게 온라인 게임은 단순한 오락의 차원을 넘어, 또래와의 사회적 연결, 자아 성취의 도구, 그리고 몰입할 수 있는 ‘대체 현실’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 몰입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중독적 양상을 보이며 학업, 수면, 사회관계, 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중독적 현상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개념이 바로 마이클 이스터가 제시한 ‘가짜 결핍’이다.
이스터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결핍 환경에 적응하도록 설계되었다고 주장한다. 먹을 것이 제한적이고, 기회가 제한된 상황에서 인간은 희소한 자원에 집착하도록 뇌가 발달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게임·SNS·쇼핑 시스템은 이 본능을 정교하게 자극한다. 즉, 실제로는 결핍이 아님에도 결핍처럼 느끼도록 설계된 가짜 결핍 구조가 사람을 끊임없이 행동하도록 만든다. 온라인 게임의 설계 역시 이 원리에 철저히 기반한다.
중독을 유발하는 기본 원리는 크게 세 가지이다.
① 기회의 제공: 언제든 접속할 수 있고,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
② 예측 불가능한 보상: 보상의 크기와 시점이 일정하지 않아야 한다.
③ 즉각적 반복 가능성: 보상 경험이 끊기지 않고 곧바로 재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 게임은 이 3요소를 모두 충족한다.
기회: 인터넷만 연결되면 디아블로2와 같은 게임은 24시간 접근 가능하다. 물리적 제약이 없으니 청소년들은 언제든 플레이할 수 있다.
보상: 몬스터를 사냥했을 때 드물게 떨어지는 희귀 아이템은 전형적인 ‘예측 불가능한 보상’이다. 어떤 몬스터가 언제 어떤 아이템을 줄지 알 수 없기에, 플레이어는 끝없이 ‘다음 번’을 시도하게 된다.
반복성: 한 번 전투가 끝나면 즉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실패해도 큰 제약 없이 곧장 재도전이 가능하다. 이 빠른 주기는 뇌의 보상회로를 연속적으로 자극한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는 ‘가짜 결핍’의 함정에 빠진다. 아이템 드롭률이 극히 낮다는 사실은 실제 희소성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인공적 결핍이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이를 진짜 결핍으로 오인하고, 결핍을 채우려는 행동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은 ‘한 번만 더’라는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장시간 몰입한다.
현실에서 청소년 게임 중독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청소년 10명 중 1명이 게임 중독 위험군으로, 학업 저하, 수면 부족, 사회적 고립이 흔하다. 디아블로 2 같은 게임에서 보듯, 파밍의 반복은 밤새워 플레이하게 만들고, 예측 불가능한 드랍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도전 극복과 성취감: 게임은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나 강력한 보스를 제공하여 플레이어에게 도전 의식을 심어준다. 이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동료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목표 달성의 기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현실에서도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데 필요한 끈기와 노력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배우게 한다.
* 순차적 성장의 경험: 디아블로 2는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스킬 포인트를 투자하며, 더 좋은 장비를 갖춰나가는 '순차적 성장' 과정을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은 노력의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꾸준함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이는 현실에서 학습이나 진로 탐색에 있어 점진적인 발전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사회성 및 협동심 증진: 온라인 게임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디아블로 2는 파티 플레이를 통해 던전을 공략하거나, 아이템을 교환하는 등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의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을 배우고, 건전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 문제 해결 능력 향상: 게임은 복잡한 퍼즐이나 전략적인 전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플레이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사고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인지적 능력 향상 . 전략적 사고력: 복잡한 게임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최적의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력이 향상된다
*문제해결 능력: 게임 내 퍼즐이나 도전과제를 해결하면서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이 개발된다
*멀티태스킹: 실시간으로 여러 정보를 처리하고 빠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향상된다
* 사회적 기능
- 협업과 리더십: 길드나 팀 플레이를 통해 협업 능력과 리더십을 기를 수 있다
- 의사소통: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회적 기술을 습득한다
- 글로벌 감각: 전 세계 플레이어들과 교류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한다
* 정서적 혜택
- 스트레스 해소: 적절한 게임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전한 여가 활동이 될 수 있다
- 성취감과 자존감: 게임 내 목표 달성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
- 몰입 경험: 게임을 통한 '플로우(Flow)' 상태는 집중력과 창의성을 향상시킨다
스키너의 실험에서 쥐가 레버를 누를 때 불규칙한 간격으로 보상을 받았을 때 가장 강박적인 행동을 보인 것과 동일한 원리다. 인간의 뇌는 예측할 수 없는 보상에 대해 도파민을 과도하게 분비하여 강력한 중독성을 유발한다.
* 확률 왜곡 현상
변동 비율 스케줄과 도박의 원리: 이 원리는 슬롯머신과 같은 도박 기계에 적용되는 것과 동일하다. 플레이어는 언제 보상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번에는 대박이 터질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계속해서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이는 결국 사용자를 끊임없는 결핍의 고리에 묶어두는 원리가 된다.
* 디아블로 2의 사례:(모든 온라인 게임은 유사. 예시로 하나를 특정 선택,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라서)
* 아이템 파밍(Farming): 디아블로 2의 핵심 콘텐츠는 몬스터를 처치하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파밍이다. 고급 아이템인 '자룬'이나 '베르룬' 같은 것은 드롭률이 매우 낮다. 플레이어는 수백, 수천 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해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아주 가끔, 운이 좋으면 희귀한 아이템을 얻게 되는데, 이 예측 불가능한 보상의 경험은 플레이어에게 강력한 흥분과 만족감을 준다. 이 경험을 다시 느끼고 싶어 계속해서 반복하게 된다.
* 도박 시스템 게임 내 NPC에게 골드를 주고 아이템을 구매하는 **'도박'** 시스템은 말 그대로 도박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한다. 플레이어는 많은 양의 골드를 사용하여 여러 개의 아이템을 구매하지만, 대부분은 쓸모없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으뜸'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이 예측 불가능한 대박의 기대감 때문에 플레이어는 골드를 계속해서 사용하게 된다.
* 큐빙(Horadric Cube) 시스템: 호라드림의 큐브를 이용해 보석이나 룬 등을 조합하여 상위 아이템을 만들거나, 무작위 옵션이 부여된 아이템으로 바꾸는 '큐빙' 시스템 역시 동일한 원리이다. 많은 재료를 투자해도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으뜸' 옵션이 붙은 희귀한 아이템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낮은 성공률과 높은 보상의 조합은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큐빙을 시도하도록 유도한다.
* 한방 심리'와 확률의 왜곡
현장에서 많은 게이머들이 보이는 '게임이나 인생은 한방이다'라는 생각은 게임 중독을 더욱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플레이어들은 확률은 낮지만 보상이 큰 아이템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적은 노력으로 큰 보상을 얻고자 하는 욕구는 일상생활의 꾸준한 노력과 성취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다. 이는 '게임이나 인생이나 한방'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한 번이라도 희귀 아이템을 얻은 플레이어는 그 경험이 뇌에 강력하게 각인된다. 이후 수천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음번엔 나올 것이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한다.
문제는 게임이 제공하는 순기능들이 중독적 요인에 의해 왜곡될 때 발생한다.
* 노력과 보상의 괴리: 디아블로 2의 '파밍'과 '도박' 시스템은 노력과 보상 사이의 관계를 왜곡한다. 순수한 노력과 시간이 아니라, 극도로 낮은 확률에 의존하는 보상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현금 결제'라는 쉬운 길을 유혹한다. 현금을 주고 아이템을 구매하면 도전과 성장의 순차적 과정이 생략되고, 즉각적인 만족감을 얻게 된다. 이는 꾸준한 노력의 가치를 훼손하고, 쉽게 얻으려는 심리를 강화한다.
자신 노력의 가치 상실: 게임 내에서 현금으로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에게 현금을 주고 대신 파밍을 시키는 행위는 자신의 노력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즐거움을 없앤다. 이러한 행위는 게임 본연의 도전과 극복이라는 순기능을 잃게 만들며, 단순히 결과만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든다.
원래 게임은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재미를 주지만, 돈으로 단축하면 허무함만 남는다. 이스터는 이런 가짜 결핍이 뇌의 갈망 메커니즘을 자극해, 현실 세계에서의 만족감을 빼앗는다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디아블로 2는 예측 불가능한 보상 시스템을 통해 중독성을 극대화한다. 이는 '한방'을 노리는 도박적 심리를 유발하여, 게임의 본래 순기능인 도전, 성장, 노력의 가치를 훼손하고,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성취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있다.
온라인 게임의 다층적 도박 시스템은 중독성이 강하지만, 동시에 확률론적 사고와 자원 관리 능력을 기르는 교육적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게임 중독의 핵심인 '예측 불가능한 보상'과 '한방 심리'를 확률로 이해하는 것이 해결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게임을 악마화하기 보다는 그 순기능을 살리면서 중독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한방'의 허상보다는 실제 노력과 실력에 기반한 현실적 성취가 되도록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게임에서 배운 끈기와 전략적 사고를 현실의 목표 달성에 활용할 때, 비로소 게임은 중독의 도구가 아닌 성장의 도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