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베스트 5

by 불씨

한해 동안 105권을 읽었습니다. 많이 읽는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읽다 보면 결국 남는 책들은 따로 있더군요.아래는 ‘지적 만족도 + 실용성 + 생각의 깊이’, 이 세 가지 기준으로 추린 2024년 BEST 10권중 5권입니다.


2️⃣와일드후드

질풍노도의 시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청소년들의 위험한 행동들은 과연 인간만의 전유물일까요? 이 책은 킹펭귄, 하이에나, 늑대 등 다양한 야생동물의 성장 과정을 통해 인간의 사춘기를 생물학적 관점에서 흥미롭게 재해석합니다. 또래 압력에 시달리고, 무모해 보이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사실은 험난한 야생에서 부모 품을 떠나 홀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필수적인 훈련 과정이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저자는 진화심리학과 생태학을 절묘하게 엮어, 자연이야말로 우리가 삶의 방식을 배워야 할 '가장 오래된 학교'임을 증명해 보입니다. 내 안의 꿈틀대는 야성을 이해하고, 인간의 본성을 동물의 세계에 빗대어 깊이 있게 탐구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책입니다. 청소년기의 방황이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임을 깨닫게 됩니다.


3️⃣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양자물리학을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 있죠. 이 분야는 일반인에게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 책은 그 어려움 앞에서 좌절했던 우리에게 "어려운 게 정상"이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시작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위로에서 그치지 않고, 관찰자가 있어야 비로소 우주와 현실이 존재한다는 '생명중심주의(바이오센트리즘)'를 통해 세상을 보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어 놓습니다.


차가운 물리 방정식 너머에 있는 철학적 깊이와 우주적 연결고리를 탐구하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문학 작품을 읽는 듯한 감동을 줍니다. 과학이 이토록 서정적이고 인간적일 수 있다니! 책장을 넘길 때마다 지적 희열과 함께, '나'라는 존재가 우주의 중심에 서 있다는 묘한 전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4️⃣ 메트로폴리스

우리는 왜 좁고 복잡한 도시에 모여 부대끼며 살아갈까요? 때론 도시를 탈출하고 싶어 하면서도 결국 도시로 돌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자 가장 위대한 피조물인 '도시'의 6천 년 역사를 집대성한 거대한 전기(傳記)와도 같습니다. 고대 도시 우루크의 탄생부터 현대의 메가시티까지, 역사학, 경제학, 인류학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도시가 어떻게 인간을 문명화시키고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끈질기게 추적합니다.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 사실은 수많은 '우연한 필연'들이 쌓여 만들어진 생존과 혁신의 치열한 결과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매일 무심코 걷던 거리, 올려다보던 빌딩 숲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인류의 뜨거운 삶의 현장으로 새롭게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도시를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길입니다.


5️⃣ 헤지펀드 열전

수조 원이 오가는 냉혹한 금융 시장을 움직이는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냉철한 이성일까요, 아니면 탐욕스러운 광기일까요? 이 책은 조지 소로스, 레이 달리오 등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그 답을 찾아갑니다. 그들의 천재적인 투자 전략 이면에 숨겨진 치열한 심리전, 확고한 철학적 고뇌, 그리고 때로는 시장을 뒤흔든 무모했던 도박까지 적나라하게 파헤칩니다.


금융의 역사를 쥐락펴락했던 승부사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소설처럼 읽어 내려가다 보면, 투자의 본질과 시장의 속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엔, 그 모든 천재들과 경쟁하느니 "역시 마음 편한 ETF 장기 투자가 정답인가?" 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현명한 깨달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인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금융 무협지'입니다.


6️⃣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왜 어떤 나라는 유례없는 번영을 누리고, 국경을 맞댄 다른 나라는 빈곤의 늪에서 허덕일까요? 저자들은 지리적 위치, 기후, 혹은 문화적 차이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거부합니다. 그들은 국가 흥망성쇠의 결정적 원인은 바로 '제도'에 있다고 단언합니다. 다수가 정치·경제적 기회에 참여하는 '포용적 제도'와 소수 엘리트가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착취적 제도'의 차이가 지난 수백 년간 국가의 운명을 어떻게 갈라놓았는지, 로마 제국부터 현대까지의 방대한 역사적 사례로 증명합니다.(2024년 노벨 경제학상)


정치학, 경제학, 역사학이 완벽하게 버무려진 이 책은 국가 성공의 조건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교과서와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사회의 시스템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진정한 번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점검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현대의 고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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